강혜인, 허환주(지음), <라이더가 출발했습니다>, 후마니타스, 2021

"혁신이란 문자 그대로 가죽을 새롭게 한다는 건데, 플랫폼 기업이 혁신이라고 말하는 사업 모델의 본질은 규제를 회피함으로써 기업 스스로 부담해야 하는 것들을 사회나 노동자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플랫폼 기업이 말하는 혁신은 자기 가죽이 아니라 남의 가죽을 벗기는 것이다." (173쪽)

<자본주의의 역사>,  <자본주의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또는 <가차없는 자본주의> 등 자본주의의 생성과 변천을 다루고 있는 책들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소위 '노동의 유연화' 과정이다. 초기 자본주의 시대 농민들을 토지로부터 분리하여 도시 노동자로 만든 결과는 엥겔스의 책에도 잘 나타나려니와, 자본은 본질적으로 고정적이고 안정된 노동자의 삶을 파괴하고자 한다. 필요한 시간만 사람을 가져다 쓰고 나머지는 알아서 하는 체제야 말로 돈벌이에 가장 효과적인 체제이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매일 기업이 새로 필요한 노동자를 골라서 채용할 수 있다고 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소위 노마드형 노동자들의 문제는 이들이 법적 보호의 태두리를 벗어나 있다는 것, 그리고 같은 노동을 계속 해도 숙련이 높아지거나 숙련에 따른 보상을 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중국집 '보이'로 시작해 중국집 사장으로 성공한 신데렐라 스토리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이유는 이제 대부분의 중국집에서도 배달원을 직접 고용하지 않으며 그들에게 음식점 장사를 할 수 있는 교육을 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배민, 쿠팡이츠 등의 음식 배송, 쿠팡을 포함한 각종 택배, 대리운전과 청소 등 플랫폼 노동자들을 통해 온갖 궂은일이 대행되는 시대. 편리함 안에 감춰진 실상을 한번 더 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