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A. 해블록(지음), 이명훈(옮김), <플라톤 서설>, 글항아리, 2011

한국어판 부제인 '구송에서 기록으로, 고대 그리스이 미디어 혁명'에서 잘 드러나듯 이 책은 호메로스로 대표되는 구송과 플라톤이 집대성한 기록이라는 매체의 변화 과정에서 나타난 고대 아테나이 지성사의 변화를 추적한다. '생성과 존재로 본 그리스의 지성사'라는 역자 해설을 보면 구송과 기록의 매체 변화에 따른 시와 반시, 시와 철학 그리고 생성과 존재의 대립에 대한 요약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구송이라는 매체에서 핵심적인 미메시스에 대해 플라톤은  '주인공과 일체가 되어 자신의 독자적 행위와 감정을 갖지 못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병리현상'으로 간주하고 이를 변증론적인 방법으로 전환하고자 하였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그리고 '대상'을 그저 '모방'하는 대신에 그것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그것을 다시 생각하고 분석하고 평가하는 '주체'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68쪽)
"플라톤이 제시하는 논점의 본질, 즉 그의 공격의 존재 이유는 그리스에서 그때까지 행해져온 시적 낭송에는 어떠한 '원본'도 없었다는 점에 있다."(193쪽)
"변증론이란 곧 그 꿈의 언어로부터 일깨워서 추상적인 사고 쪽으로 의식을 고무하기 위한 무기였던 것이다."(252쪽)

1) 호메로스적 정신상태
- 그리스의 교육 체계는 전반적으로 구송에 의한 보존에 전적으로 봉사
- 학생들은 스스로 들은 시와 심리적으로 일체화되는 습관을 몸에 익히도록 교육
- 시적 진술은 이런 일체화를 허용하는 방법으로 표현

2) 플라톤적 정신상태
- '주체'는 사고하는 자율적인 인격의 긍정이며 '대상'은 완전히 추상적인 인식 영역의 긍정
- 이를 위해 시적인 경험과의 관계 단절이 필요
"플라톤이 찾고 있는 것은 요컨대 구송에 의한 기억의 구체적 언어를 대체할 서술적 과학의 추상적 언어를 발명하는데 있다고 말할 수 있다."(282쪽)

3) 형상론의 기원
- 사고로서 유일하게 가능한 대상인 추상적인 대상 자체를 하나의 이데아(형상)이라 생각
- 이는 '추상되고 통합'되어 '비가시적인 것'으로 여겨짐 
"그렇다면 플라톤의 사상이란 사실상 이미지적인 언설을 개념적인 언설로 대체하자는 호소라고 말하는 것이 옳다."(316쪽)
"소크라테스가 쏟은 대부분의 열정은 모든 경험을 이미지 연쇄로 표현하던 시적인 기반으로부터 마침내 스스로를 비판적으로 분리하고 있던, 사고하는  주체(프시케)를 정의하는 데 있었다. 그리고 사고하는 주체는 이처럼 스스로를 분리함에 따라 자기 경험의 새로운 내용을 형성할 '사상' 혹은 추상에 관해 사고하게 된다. 소크라테스에게 이런 개념들이 이데아로 승화했다는 당대의 증거는 없다. 그것은 플라톤이 덧붙였다고 보는 편이 안전할 것이다."(38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