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익(지음), <번역청을 설립하라>, 유유, 2018

2006년에 출간된 저자의 <번역은 반역이다>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전작 출간 이후 '신문, 잡지 등 각종 매체에 기고했던 글들을 가려 뽑아 다듬은' 것이라고 하며, 오늘날의 번역 현실이 나아지기는 커녕 더 악화되고 있기에 다시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두 책에서 일관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학문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 한국어 텍스트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민간 출판 산업에만 맡겨두지 말고 국가가 대대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요약한 주장이 '번역청을 설립하라'이고 실제 청와대청원까지 진행했었다고 한다. 아직도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전집이 없는 현실에서 가치있는 주장이라 생각한다.

"덕분에 일본인들에게 세계적인 수준에서 사고한다는 것은 세계에서 가장 깊이 사고한다는 것이지 영어로 사고한다는 것이 아니게 되었다. 이것은 외국어가 약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로울 일본인들이 기초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많이 받는 것에서 잘 드러난다. 반면 우리나라는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과정에서 과학의 기본 개념을 파악하도록 잘 가르치지도 않지만 대학에 들어가면 느닷없이 영어로 과학을 가르친다. 명문대학일수록 자연대, 공대, 의대에서 물리, 화학, 생리학 같은 기초 분야에 영어 교재가 쓰인다. 내용만 익혀도 부족할 시간에 외국어 부담까지 겹치니 한국어로 익혔을 때와 비교하면 절반도 못 배운다. 한국의 기초과학은 외국으로 유학 갈 것을 아예 상정하고 가르치는 셈이다."(8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