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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칼 폴라니의 주요 저작이라 할 수 있는 <거대한 전환> 중 '자기조정시장의 모순'을 다룬 부분과 기타 다른 단편들이 묶여있다. 칼 폴라니는 1886년에 태어나 1964년에 사망한 헝가리 태생의 학자이다. 그냥 '학자'라고 밖에 할 수 없는 것은 그의 탐구 영역이 그리스 고전을 포함하여 경제학, 인류학, 예술이론, 국제 정치학 등에 걸쳐 있어 '전공이 무색한 19세기 지식인'의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고전적인 것에 천착하여 저자가 당면한 문제를 살이 마르도록 고민한' 학자였다고 한다. 그가 생각하기에 당면한(19세기말~20세기초)문제는 다음의 두가지였다.
하나는 1873년~1896년까지 이어진 경기침체와 같은 자본주의의 위기 상황이었고, 다른 하나는 결국 1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진 서구 열강들의 식민지 쟁탈전이었다. 다시 말하면 '경기 침체에 따른 자본주의 시스템의 붕괴 위기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을 만회하기 위한 식민지 쟁탈전'이었던 셈이다. 이러한 당대의 위기 상황을 근본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폴라니는 그 이전 약 100년의 유럽 세계를 역사적으로 분석하였고, 이를 '100년의 평화'라고 명명하였다. '100년의 평화'는 1815년 나폴레옹의 패배후 성립된 빈체제 부터 1914년 1차 세계대전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1789년 프랑스 혁명에서부터 시작한 근대 부르주아 혁명이 빈체제라는 보수 반동체제로 종말을 맞은 후 유럽 사회는 '자유주의 입헌국가', '자유주의 시장경제', '국제적인 세력균형', '국제적인 금본위제'라는 4가지 요소에 의해 안정을 찾게 되었고 이 시기에 자본주의는 '평화로운 영리활동을 전세계적인 보편이익으로 확산하려는 흐름'으로까지 발달하였다. 이러한 안정적인 상황이 조금씩 무너지면서 19세기 후반의 경기침체와 식민지 쟁탈전 그리고 파괴적인 세계대전으로까지 이어지게 된 것은 이 체제가 '자기조정시장'이라는 '유토피아'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폴라니는 주장한다. '자기조정시장'은 요즘의 표현으로는 '자유방임적 시장경제'라고 할 수 있는데 문제의 핵심은 '토지/노동/화폐는 온전히 상품화할 수 없는 것인데 자기 조정시장은 이 3가지의 상품화를 기초로 구축된 사회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원문에서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다시말해, 상품에 대한 경험적 정의를 따르자면 이 세 가지는 상품이 아니다. 노동이란 인간 활동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인간 활동은 인간의 생명과 함께 붙어다니는 것이며, 판매를 위해서가 아니라 전혀 다른 이유에서 생산되는 것이다. 게다가 그 활동은 생명의 다른 영역과 분리할 수 없으며, 비축할 수도 없고, 사람과 떼어내어 동원될 수도 없다. 그리고 토지란 단지 자연의 다른 이름일 뿐인데, 자연은 인간이 생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현실의 화폐는 그저 구매력의 징표일 뿐이며, 구매력이란 은행업이나 국가 금융의 매커니즘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생산되는 것이 아니다. 이들 중 어떤 것도 판매를 위해 생산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노동, 토지, 화페를 상품으로 묘사하는 것은 전적으로 허구이다. 이런 기반에서 성립된 사회에서 인간과 자연은 '악마적 맷돌'에 노출되어 '무지막지한 상품 허구의 경제 체제가 몰고 올 결과를 한순간도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폴라니는 1차 세계 대전 이후 파시즘의 등장을 '자기 조정 시장의 붕괴를 목격한 체제가 이 시장을 끝까지 지키려고 할 때 발생하는 발악적 강제동원'에서 성립한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견해는 파시즘에 대한 폴라니의 독창적인 견해라고 한다. 이 책은 얇은 문고판이라서 '거대한 전환'의 6장과 11장만 옮겨져 있다. 폴라니와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체제가 상품에 기반하고 있고 모든 것이 거래를 목적으로 다루어진다는 점에서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위기를 '장기적인 이윤율 저하'와 '주기적인 공황'에서 발생한다고 보았는데, 폴라니의 '자기조정시장이라는 허구'는 대체로 이해가 되는 편이지만 체제의 붕괴과정에 대한 설명이 또렷하게 정리되지는 않는다. 이는 <거대한 전환>에서 살펴봐야 할 것이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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