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제이 굴드(지음),이명희(옮김), <풀하우스>, 사이언스북스, 2009

1.
진화에 있어서 핵심적인 개념 중 하나는 '자연선택'이다. 환경에 잘 적응한 종이 살아 남아서 그 우수함을 갖춘 후손들이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이 개념은 종종 사회적으로 확장되어 '잘 적응한' 사람이나 혹은 인종 또는 특정 문명이 다른 문명에 비해 우월하다는 주장의 근거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런 주장이 아무 근거가 없음을 다양한 근거와 예시로 설명해주고 있다. 자연선택의 경우에 대한 설명을 보면,

모든 종의 개체들은 서로 다 다르므로 평균적으로(항상 그런 것이 아니고 통계적으로 봐서) 생존자들은 국지적으로 변하는 환경에 우연히 가장 적합한 특성을 가진 개체들이다. 유전이 일어난다면 살아남은 개체들의 자손은 성공적이었던 부모를 닮을 것이다. 오랜 세월 이렇게 유리한 변이가 축적되면 진화적 변화가 일어난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국지적'과 '우연히'이다. 특정 환경에 잘 적응한 개체는 그 지역의 환경 탓이지 '털이 난 매머드가 털없는 코끼리 보다 전우주적으로' 더 우월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국지적인 적응이므로 이는 우연에 의존하게 된다. 또한 이런 국지적인 적응은 어떤 면도 '일반적 진보'를 보장하지 않는다. 다윈이 말하고 싶었던 자연선택은 '일반적인 진보나 복잡화의 증대에 대한 이론적 증거가 되지 못하고, 눈앞의 적응성만 향상시키는 매커니즘으로서의 자연선택' 이었고 이런 특이한 성질을 '즐거워'했다고 한다.

2.
또한 저자는 진화에 대해서 전체 집단 (책의 제목이기도 한, 생명이 가득찬 풀하우스)에서의 '변이'에 주목해야하며 그 중 일부를 전체의 성질을 대표하는 특성으로 봐서도 안된다고 말한다. 인간은 지구의 전체 생명 중의 극히 작은 일부에 불과하며 전체적인 면에 있어서 '박테리아'보다 특별히 우월할 것이 없는 생명체이다. 박테리아의 생명력과 적응력, 그리고 그 개체의 수와 종류, 심지어 무게에 비해서 인간은 매우 보잘것 없는 존재일 뿐이다.

특히 그 변이를 보는 관점에서 '평균' 개념의 오류를 지적하며 평균이 아닌 전체 집단을 모두 살펴보는 관점을 제시한다. 야구에서 4할 타자가 없어진 것은 전체적으로 보아 야구의 수준이 올라가서 '특이한 집단'인 4할을 치는 선수가 나올 확률이 줄어든 것이지 특별히 타격 기술이 다른 것에 비해 뒤떨어졌기 때문이 아닌 것이다. 비슷한 예로 1점대의 방어율을 기록한 선수가 없어졌다는 것을 봐도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변화의 역사를 '무엇인가가 어디론가 움직여 가는 것'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전체에 걸쳐 일어나는 변이의 확장이나 위축'으로 봐야 한다는 관점은 내게는 매우 새로운 개념이었으며 특히 이에 기반하여 '특정한 방향으로의 진보'가 자연의 역사에서 전혀 실증할 수 없다는 점도 놀라운 주장이었다. 다만 자연에서의 진보와 다른 특성을 지니는 인간의 '문화'의 특징(계통의 융합과 라마르크적 유전)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덧글

  • silent man 2010/04/19 21:35 # 삭제

    참 재밌게 읽었던 책이에요.
    진화에 있어 중요한 것은 다양성이고, 인간도 박테리아도 결코 우월하지도 열등하지도 않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더랬죠. 인간이 그놈의 만물의 영장이니, 진화의 끝에 다다른 고등동물이란 생각을 좀만 접어두고 겸손하게 살아도 세상도 지구도 지금보다 몇 배는 살만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 여형사 2010/04/20 10:31 #

    사회진화론자들의 어설픈 다윈주의를 상대할 무기를 얻게 된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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