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오도어 래브(지음), 강유원, 정지인(옮김), <르네상스의 마지막 날들>, 르네상스, 2008

(강유원, 정지인 옮김, 르네상스, 2008)

   이 책에서 저자가 설명하는 르네상스는 '재생'이라는 본래 의미의 '이탈리아 인문주의'뿐 아니라  '그러한 의미의 르네상스를 포함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말만으로는 포괄할 수 없는 보다 넓은 의미와 범위'(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의미와 범위)를 설명하고자 하며 동시에 그 '마지막 날들'에 주목함으로써 르네상스 이전의 시기(중세)와 그 이후의 시대(근대_혁명의 시대)의 차이점에 대한 포괄적인 설명을 시도하고 있다. 르네상스 이전시기인 중세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사회/경제/문화적 상태가 언제 그리고 무엇 때문에 우리가 '르네상스'라고 불리는 시기로 변동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르네상스가 갖고 있던 공통점들이 또 언제 어떤 이유로 다음 시대인 '근대_혁명의 시대'로 이행하게 되는지에 대해서 서술한다. 특히 르네상스의 해체를 가져온 요인 중에서 저자는 '전쟁에 대한 태도 변화'와 '미신적인 것에 대한 사회적 배척'을  '르네상스의 마지막 날들'을 설명하는 가장 확실한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무엇이, 그리고 언제 끝났는지를 확정하려고 노력함으로써 르네상스라는 시기의 몇 가지 핵심적인 특징을 밝혀낼 수 있고, 그럼으로써 그보다 앞선 시대와 뒤이은 시대로부터 그 시대를 구별해주는 특징들을 해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르네상스 이전 시기인 중세는 '교회라는 보편적인 가치' '전사로서의 귀족과 예속상태로서의 농노', 유럽 어느지역이나 비슷한 '도시의 구조; 그리고 관습이 중시되고 기본적인 계약관계로 유지되던 '정치와 법과 사회의 교차점'이라는 큰 공통점을 보유하고 있는 시기였다. 이런 시기가 15세기에 들어서면서 화약의 보급으로 인한 군대의 성장과 질적인 변화, 큰 폭으로 성장한 군대를 유지하기 위한 중앙 집권화와 이에 따른 국민 국가의 형성, 전사로서의 귀족이 몰락한 이후의 지방 귀족의 교양화, 해외정복과 이에 따른 물질과 문화적 변동, 자본주의의 태동 및 도시의 발달, 페스트, 종교개혁 등을 통해 이전 시대와 확연히 단절된 시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특히 이런 변화들에 대해서 그림과 회화, 건축 등의 자료를 이용해 시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있다. 

  그러나 르네상스도 자신을 이전 시대와 구별하게 해주었던 힘들이 오히려 자신의 시대를 끝내는 힘으로도 작용하게 되었다. 우선 인구의 증가는 18세기의 '농업혁명'이 있기까지 만성적인 식량의 부족(혹은 곡물가격의 상승)을 낳았고 이는 지속적인 사회 불안이나 식량 폭동을 유발하였다. 전쟁의 지나친 확대는 식량 부족만큼이나 사회적 불안과 공포를 나았고 이는 '확실한 것'과 '안정'을 추구하는 쪽으로 진화하여 지성사측면에서 '과학 또는 객관적인 것에 대한 강한 믿음'과 정치적으로는 '외교를 통한 전쟁의 종식'이라는 성과를 나았다. 해외진출은 식민지인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정체성의 혼란을 야기 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 부분은 좀 미심쩍긴 하다. 과연 흑인/인디언들을 비인간적으로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서구 사회 전반적인 회의가 있긴 했을까?) 아무튼 이런 흐름이 마무리되는 시기는 대략적으로 30년 전쟁이 끝나는 1648년 무렵으로 그 이전과 이후가 확실히 다른 양상을 띠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전쟁에 대한 태도의 변화와 미신적인 것에 대한 사회적인 배척은 르네상스의 종식을 확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한다. '고대에 대한 숭배'를 기반으로 전쟁의 영웅 - 왕들 - 을 더욱 '영웅적'으로 묘사하던 관행은 르네상스가 끝나면서 확실히 '온화하고 부드러운' 모습으로 변동하였다. 30년 전쟁이라는,  20세기 초반의 세계 대전이 있기 전까지 가장 규모가 크고 잔인했던 전쟁 이후에 유럽인들의 '전쟁에 대한 태도' 자체가 크게 변동하였고 이것이 르네상스 이전과 이후를 구별짓는 특징이 된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전쟁을 미화하는 태도가 전쟁에 대한 극심한 혐오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적으로 그 권위를 인정받던 미신적인 것들 - 점성술, 예언이나 비젼에 의한 성서적 예언 -은 르네상스 이후 사회적으로 완전히 배척되어 버렸다. 이는 르네상스의 극심한 혼란기가 종식되어 더 이상 이런 미신적인 것들에 의지하지 않을 수 있게 된 사회적 맥락과 더불어 '경제와 실용주의'에 기반한 의사결정이 더 보편적인 것이 되어가던 시대의 영향도 크다고 한다. 

 르네상스는 페트라르카의 '고대로의 회귀'라는 선언에 의해서만 생성되지 않았다. 그가 르네상스적 사유 (고대 학문/예술에 대한 동경)를 촉발시키긴 했으나 르네상스를 중세와 구별하게 해준 것은 화약/군대/국가의 형성/해외정복/자본주의의 발달 등 사회적/물질적 변동이었다. 그 변동이 어떻게 문화적/정신적인 변동을 촉발하고 혹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아 르네상스를 탄생시키고 또 저물게 했는지에 대해서 이 책은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핑백

  • 여형사의 독서생활 : 방법서설, 데카르트 2009-09-11 14:35:54 #

    ... 증명한다. 그리고 이러한 '확실한 (자연학에 대한) 지식이 갖춰진다면 인간은 '자연의 주인이자 소유자가 된다'는 근대적 이상을 확고하게 제시하고 있다. 2. '르네상스의 마지막 날들' 에서도 언급한대로 이 책이 출판되던 유럽의 상황은 1,2차 세계 대전까지 유럽에서 가장 크고 잔인한 전쟁이었던 30년 전쟁(1618년~1648년) 시기였 ...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