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C. 솔로몬 외 1인(지음), 박창호(옮김), <세상의 모든 철학>, 이론과 실천, 2007

1. 강유원의 우리교육 교사 아카데미 철학사 강의를 들었고, 이 수업의 교제로 사용된 책도 읽어보게 되었다. 이 강의는 총 30강으로 구성되어 있고 한 강의가 대략 1시간 30분 정도의 분량으로 플라톤 이전의 철학부터, 동/서양의 철학사를 개괄적으로 훑어보는 강의이다. 강유원의 강의는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서 이야기 해주며 중간에 수강생에 대한 적절한 갈굼(?)과 농담으로 지루하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원래는 1주일에 한번씩 1년동안 지속된 강의였고, 나는 대략 4월부터 듣기 시작해서 4개월 정도만에 끝을 보게 된 셈이다.

2. 철학사 강의는 여러모로 도움이 된것 같다.
우선은 수많은 철학자들의 생각들을 비교하면서 공부하기 때문에 그 철학자가 갖는 위치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나와 같은 경우 학교 다니던 시절에 마르크스의 유물론을 약간 공부했고, 비교적 최근에 니체의 철학을 일부 알게 되었는데 마르크스의 역사적 유물론이 갖는 의미나 니체의 '의지'가 갖는 위치에 대해서 그 앞/뒤의 철학자들의 생각과 비교할 수 있었으므로 이전보다 좀 더 객관적인 시각을 갖게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둘째로는 고전을 읽기 위한 준비운동을 한 셈이기도 하다. 애초의 계획은 중요한 철학자들의 사상에 대해 강의를 듣고 한명씩 해당 철학자의 책을 하나씩 독파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아직까지는 플라톤의 대화편 일부와 아리스트텔레스의 윤리학, 그리고 니체의 비극의 탄생까지만을 읽었고 현재는 플라톤의 국가를 읽고 있는 정도에 그치고 말았다. 그러나 관심가는 철학자들의 책들을 카트에 넣어두었으니 향후에 천천히 한명씩 꺼내서 읽어볼 계획을 갖게 된 것이 의미있는 일이었던 것 같다. 무슨 책을 어디서 부터 읽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 강의와 책이 좋은 안내의 역할을 한 셈이다.

3. 책 자체만 놓고 본다면 뭐라 정확한 평가를 내리기가 힘들다. 이 책은 소위 전형적인 '철학자'들만의 사상을 소개하고 있지 않다. 철학과의 구분이 모호한 종교/신학에 대한 내용이 많이 들어갈 뿐 아니라 서양뿐 아닌 동양(중국과 인도)과 이슬람 쪽의 사상들도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범위가 상당히 넓은 편이다. 이 넓은 범위의 주제를 약 500쪽 남짓한 분량에 담았으므로 중간 중간 함축적인 부분도 많고 별도의 설명을 듣지 않으면 원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혹시라도 공부가 진전된 후 부끄러움을 갖고 다시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면서, 강의를 들으며 혹은 책을 읽으며 인상깊었던 철학자들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인상비평'을 적어보고자 한다.

소크라테스/플라톤 : 놀랍게도 이 두명의 핵심적인 생각은 '합리적인 추론'이나 '이성적인 판단의 중요함' 같은 것이 아니었다. '영혼의 불멸'이 이 두명의 핵심적인 생각이었고 불멸하는 영혼을 위해서 어떻게 하면 올바르게 살 것인가를 고민했다. 영혼보다는 육체의 강인함을 선호했던 당시 아테네의 일반적인 생각을 이 둘은 왜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했던 것일까? 아테네의 타락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것일까?

바울 : 기독교는 바울의 종교였다. 나는 대체 그동안 기독교에 대해서 뭘 알고 있던 것일까? 교회를 5년 넘게 다녔는데 왜 아무도 내게 바울의 서신에 담겨있는 의미들을 말해 주지 않았을까?

안셀무스/오컴의 윌리엄 : 실재론과 유명론의 논쟁에 대해서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유명론자가 진보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혁명을 꿈꾸려면 실재론자가 되어야 한다.

마키아벨리 : 군주론은 처세술에 대한 책이 아니다. 정치 철학에서의 혁명적 저술이다.

데카르트 : 생각보다 별게 없는 사람이다. 생각하는 나의 존재는 확실하지만 그래서 뭘 어쩌라고? 너무 앙상한 느낌이 든다.

스피노자 : 내일 지구가 망해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것 말고 주장하는 바가 많았는데 잘 기억이 안난다.

칸트/헤겔 :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위대한 철학적 결과물이 쏟아져 나온 시기의 두 명의 거인. 근데 왜 이렇게 어려울까? 읽어볼 엄두가 안 난다.  그리고 헤겔은 '변증법'을 말하지 않았다.

쇼펜하우어/니체 : '의지'라는 개념이 이성이 설명하지 못하는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 완전히 동의하게 되었다. 근데.. 중간 과정이 없다. 의지를 어떻게 갖지?

마르크스 : 철학에서 시작하여 그 문제점에 대한 해결방법까지 끝까지 파고 들어간 위대한 사상가.  

카뮈 : '최초의 인간'과 '시지푸 신화'를 읽어봐야겠다.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는 읽지 말자.

덧글

  • Gomting 2009/08/24 16:01 # 삭제

    갈굼으로 점철된 농담..ㅋㅋ
    전 찔끔 듣다 말았구먼유~
  • 여형사 2009/08/25 11:57 #

    이제.. 역사 고전 읽기 듣는중. ㅎ 시간때우기에는 이게 쵝오임 ^^;
  • 정석호 2009/09/27 23:02 # 삭제

    헤겔의 책은 '그냥' 이해할 수 없지요.....[정신현상학]이라는 책은 개인적으로
    최악의 책으로서 기억에 박혀있지요
    '예정조화'에 대해서 말한 라이프니츠의 저서 '모나드론'은 굉장히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한번 추천해 드리고 싶군요
  • 여형사 2009/09/28 11:21 #

    라이프니츠 책은 언젠가 한번 읽어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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