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마코스 윤리학, 아리스토텔레스

1. 강유원 선생의 철학사 강의를 들으면서 진도에 맞춰서 고전을 한권씩 읽어보기로 했는데, 플라톤의 국가 및 몇개의 대화편과 더불어 이 책을 샀다. 요즘 왠지 '사는 목적이 뭐지?, 왜 살지?' 이런 생각이 부쩍 들어서 순서(?)에 맞지 않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책부터 읽어 봤다. 중간이 너무 지루해서 좀 건너뛰고 전체 10권 중 1~5권, 10권의 결론 부분을 읽고 뒷 부분의 작품 해제와 철학적 구조 부분을 읽었다. 아리스토텔레스 전문 연구자 3인이 공동번역한 책이라서 해제만 읽어도 상당히 도움이 된다.

2. 이 책은 인간이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느냐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씌여진 책이다. 그리고 그 결론도 분명히 제시된다. 결론은 인간에게 고유한 지성을 탁월하게 갈고 닦아 자신을 관조하며 살아가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삶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이렇게 결론만 이야기하면 좀 뜬금없는 이야기인것 같은데 그 과정을 살펴보면 이해가 된다.

우선 아리스토텔레스는 목적과 수단이라는 틀로 인간의 활동을 정의한다. 즉 인간의 활동은 어떤 것을 성취하기 위한 것인데 이때 그 도구가 되는 것이 수단이고 '어떤 것'이 목적이다. 웹페이지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면 컴퓨터와 관련 프로그램이 수단이고 웹페이지가 목적인 셈이다. 그런데 이 목적들 중에서 '다른 어떤 목적 중에서도 가장 상위의 목적'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만드는 것을 보면 바퀴를 만들고 문을 다는 것은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하위 목적이고, '자동차'는 '편리한 운송 수단'이라는 최상위 목적아래의 하위 목적이 된다.

이것을 인간의 활동으로 옮겨보자. 밥을 먹고 돈을 벌고 아이를 낳고 잠을 자고 술을 마시는 등의 모든 활동은 고유의 목적을 가진다. 그런데 이런 모든 활동들은 결국 어떤 목적을 위해서 하는 것일까? 바로 '행복한 삶'이라는 목적을 위한 활동인 셈이다. 따라서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이야말로 다른 어떤 목적보다 중요하게 생각해야할 삶의 이유라고 말한다.

3. 그렇다면 행복한 삶을 위해서 왜 '지성'이 필요한가? 그것은 '지성'이야말로 다른 동물이 갖고 있지 못한 인간만의 고유한 것이기 때문이다. 망치는 망치의 고유한 기능을 다 할때 자신의 목적을 온전히 이룰 수 있는 것처럼 인간도 인간 고유의 기능을 다 할 때 자신의 목적을 이룬다고 생각했고, 그러므로 인간만의 고유한 지성을 온전히 기르고 탁월하게 만들므로써 인간의 목적(행복한 삶)을 이룰 수 있다고 봤다. 물론 기본적인 먹을거리 등은 전제된 것으로 생각한 것 같다. 특히 잘 알려진것 처럼 노예제도 등을 통해 유지되는 소위 '자유인의 삶'을 인간의 기준으로 봤다는 점은 경제적 측면에서 현재의 우리의 삶과는 좀 다를 수 있을 것이다.

4. 또한 그는 '지성'적인 활동이 결국 '신적'인 활동이라고 생각한 것 같으며, 이 신적인 활동이야말로 죽을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삶을 영원불멸하게 만들어 주는 것으로 생각한 것 같다. 책의 결론이라고 생각되는 10권 7장의 부분이 이런 생각을 적절하게 보여준다. 

그러므로 만약 지성이 인간에 비해 신적인 것이라면, 지성을 따르는 삶 또한 인간적인 삶에 비해 신적인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니 인간적인 것을 생각하라", 혹은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니 죽을 수 밖에 없는 것들을 생각하라"고 권고하는 사람들을 따르지 말고, 오히려 우리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우리들이 불사불멸의 존재가 되도록, 또 우리 안에 있는 것들 중 최고의 것에 따라 살도록 온갖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5. 인용한 부분을 읽으면서 아리스토텔레스라는 거대한 바다의 끝 자락에 손가락을 살짝 담그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 않은가? 어짜피 모두 죽을 수 밖에 없는 유한한 우리들이 영원히 존재할 수 있도록 자신의 신적인 지성을 갈고 닦으라는 말은 조금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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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띠보 2009/05/25 14:59 # 삭제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로
    "요즘 왠지.... 뭐지?" 히는 생각은 저도 그래요.
    책 마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으니
    당분간 묵묵히 있어야겠어요.
  • 여형사 2009/05/26 17:57 #

    그러게요.. 참 애석한 일입니다.
  • 2009/06/02 11:25 # 삭제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여형사 2009/06/02 16:46 #

    메일 보내드렸어요~ 감사합니다. ^^
  • 정석호 2009/09/27 23:18 # 삭제

    음....요컨대 고등학교 1학년때 (라고해봤자 작년) 도덕 수행평가 목록중에 있길래 주저않고 선택했습니다만 나중에 보니 저 혼자더군요....
    행복한 삶- 이라는 최상위의 목적 이라는 개념은 이데아의 개념과도 흡사하지않은가...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만 뭔가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 있는것 같기도 하고..를 생각하다보니 뒤섞여서 뭐가뭔지 모르겠는 상태속으로 저를 인도해준 책이었지요..
    서평, 잘 읽었습니다! 다시한번 읽어볼마음이 나는군요^^
  • 여형사 2009/09/28 11:22 #

    저도 이해못한 부분이 너무 많아서 다시 읽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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