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잔머리'만이 문제인가? 잡담

이 포스트는 soyoyoo.com님의 '네이버의 잔머리, 정말 안습이다"를
읽고 쓴 글입니다.

1. 위의 인용된 포스트의 개요는 이렇다.
   - 네이버는 객관을 빙자하여 최근의 정치적 이슈들을 '대선 앞으로 D-00'의 형태의 제목으로
     내용 자체는 메인에서 감춤으로써 사실을 (결국) 의도적으로 감추고 있다.
   - 다른 포털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 또한 D-00를 통해 대선이 며칠 남지 않았고, 나날이 줄어들고 있음을 주지시키고 있다.
     그래서 '결국 지금 지지율이 높은 이명박 후보가 별 검증 없이 이대로 대통령에 당선되기를
      바라고 있는 네이버의 의지가 무의식으로 표출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

2. 나는 위의 포스트가 오류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비난의 대상이 잘못되어 있다는 것이다. 

   '삼성 비자금, 이명박 BBK, 자녀 위장 취업' 등 주요 이슈들에 대해서 '정상적인 뉴스
   사이트'라면 당연히 메인에 노출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
   네이버가 스스로 '정상적인 뉴스 사이트'임을 이미 포기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네이버 뉴스 담당 임원인 홍은택씨는 이미 여러차례 '전날 들어온 일간 신문의 기수중에서
   속보성을 중심으로 메인에 올린다
'고 말했으며, 이미 07년 6월부터 소비자가 스스로 
   어떤 언론사든 네이버의 메인에서 가장 먼저 볼 기사를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말하자면 네이버는 그냥 기계적인 뉴스 유통 채널이 되겠으며 이것도 못 믿겠으면
   소비자가 스스로 먼저 볼 언론사를 선택해서 보고 싶은데로 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내 생각에는 네이버가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고 관련된 기사를 
   제대로 쓰고 있지 않은 기존 언론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실시간으로 주요 언론사의 해드라인을 기계적으로 보내주는 '네이버 뉴스 보기'를 보면
   (누르면 확장됨, 11월 12일 오후 3시 20분 경)
  
한겨레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이명박 관련 기사를 해드라인에 놓고 있지 않다.

자 여기서 솔직해져보자. 나도 개인적으로 이명박과 한나라당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고,
그래서 이명박 비리 문제에 모른체하는 조중동이 밉다. 하지만 그렇다고 네이버가 마음대로
일간 신문에서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 글들을 메인에 마구올리는 것이 더 '중립적이고 정당한' 일일까?

이런 비난이 있을 수 있다. 네이버는 실질적으로 언론사의 역할을 하면서
단물은 다 빼먹고 책임은 다하려 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주에 발표된 nhn의 실적 발표를 보면, 검색 매출이 52%, 게임이 30% 정도로 게임부분을 제외하면
검색광고가 주된 매출원임을 알 수 있다. 물론 뉴스 서비스가 잘 되서 사람들이 많이 온다면
검색광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니 얼마나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

대표적인 트래픽 집계 회사인 코리안 클릭에 의하면 뉴스가 네이버의 Traffic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9~11%정도이다. (회원제 서비스라서 결과 링크는 안된다;;)

9~11%라면 중요한 서비스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핵심서비도 아니다.
사실 양보다 중요한 것은 얼만큼의 Risk가 있느냐인데, 다른 어떤 서비스보다도 뉴스가
네이버에게는 Risk가 가장 큰 서비스이다.

나머지 모두 - 검색, 까페, 블로그, 기타 등등-를 합한다 해도 Risk가 비교가 안된다.
까페 서비스 잘못한다고 국정감사장에 불려 나갈 일은 없지 않나? 블로그 서비스가
많이 늘어났다고 경쟁사의 질투의 대상이 될 지언정 국회의원들의 압박을 받을 일은
없지 않을까?

그런의미에서 네이버는 이미 뉴스 서비스가 준 '이득'을 다 토해내고 있다고 봐야한다.
오히려 검색으로 1위를 만들었는데 뉴스가 GR(Government Relationship)차원에서
큰 짐이 되고 있다고 봐야한다.

이런 상황에서 - 즉 Risk 회피 차원에서 -  나온 것이 현재의
기계적인 중립을 유지하는 수준인 '대선 D-00일'식의 Listing Service이다.

물론 이런 기계적인 중립이 개인적인 선호에 맞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 갖고
'잔머리'를 굴렸다고, 그래서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매도할 수는 없지 않을까?

오히려 원인 제공자는 조/중/동 보수 언론일텐데.

3. 또한 위 포스팅의 결론(이라고 나는 생각하는데)에서
   은연중에 D-00를 노출하는 것이 이명박 후보를 검증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결국 검증없이 이명박 후보를 당선시키고 싶은 네이버의 속마음을 노출했다고 하는데
   이것은 좀 아니지 않나?

   거의 모든 신문 / TV에서 대선 앞으로 며칠은 Title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12월에 대선이 있다는 것을 모든 국민이 다 알고 있는데 이런 제목조차
   네이버의 음모라고 주장하는 것은 '모든 것이 네이버 탓'의 변형에 다름 아니다.

4.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이 가장 많은 추천글 (11월 12일, 올블로그)에 올라간 것도 
   아쉽다고 생각한다. 
 
   이 포스팅 자체의 오류도 오류거니와 정작 중요한 기존 언론사의 '이명박 비리 관련
  기사 노출 안하기'에 대한 비판글은 추천 받은 글 목록이나 '한나라당' 키워드 카테고리
   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네이버의 D-00 형식의 대선 보도 형태가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솔직한 마음에
예전 대선처럼 맘에 안드는 후보 막 비판하는 기사가 여기저기서 돌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중립을 지키라는 법적/정치적 요구 앞에선 포털이 궁여지책으로
'기계적인 중립'을 선언한 마당에 그것에 대해서만 비난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기사를 직접 생산하는 언론사들이 주요 타겟이 되어야 하고 이에 대한
비판이 많아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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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sp; 잘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제가 예전에 말한 이런 부분 http://lucas.egloos.com/3928095 (네이버의 잔머리만이 문제인가)가 먼저 제기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 ... more

덧글

  • 老姜君 2007/11/13 03:32 #

    별 생각 없이 네이버 뉴스를 싫어하는 쪽이었는데 또 이런 것이 있었군요. 덕분에 확실한 원인을 알게 됐습니다.
  • Goldmund 2007/11/15 03:51 #

    그래도 사회에서 네이버가 하고있는 agenda-setting의 몫을 감안하면, 조중동 쪽의 입장=여론이 되지않기 위해, 반대쪽 기사도 부지런히 가져다 줬으면 좋겠지만...
    요상한 선거법은 그런것도 마음대로 못하게 되버린;;;;;;;
    (사실 선거법이 아니더라도 네이버 자의로 균형을 잡을거라는 기대도 없지만)

    그런데 네이버에서 뉴스가 차지하는 트래픽이 겨우 10%수준이란건.. 흠;
  • 여형사 2007/11/15 15:38 #

    네이버의 의제설정은 충분히 비판 or 감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만
    정치에 있어서 그런 역할을 (스스로도) 하기 싫어하고, 또 risk로 생각하고 있을 것인데
    일차적인 비판이 포털로 오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언론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포털에 대한 지속적인 비판이 필요하겠지요.
  • 키엘 2007/11/20 15:38 # 삭제

    '모든것은 네이버탓' 은 사실 '모든것은 노무현탓'의 변종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가만히 앉아있을테니 최고 권력자가 내가 편하게 모두 고쳐줘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 이런 '모든것은 xxx탓'의 속성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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