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보컴(지음), 김정민(옮김), <예수 생애와 의미>,비아, 2016

<Jesus: A Very Short Introduction>이라는 이름으로 2011년에 출판된 이 책은 '신약성서의 복음서는 목격자들의 증언을 기초로 작성'되었기 때문에 신뢰성이 있으며(2장), 복음서에 따라 예수의 삶을 재구성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1세기 상황에 대한 개략적인 기술(3장) 이후 예수의 목표를 하나님 나라를 세우고(4장), 이를 위해 가르침을 배푸는 것(5장)으로 정리한 후 당대의 사람들에게 인식된 예수와 스스로 생각한 예수의 정체성(6장)을 논의한다.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예수의 죽음과 부활에 대한 평가(7장)를 정리한 후 '성육신(incarnation)' 이라는 내러티브로 복음서를 읽는 것이 역사적 기독교 신앙의 중심이라는 결론(8장)에 이른다. 

2장(자료들)에서는 루돌프 불트만 등 옛 종교사학파들이 주장하는 '케르그마적 예수'라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불트만은 공관복음서를 아무리 읽어도 역사적 예수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얻을 수 없으며 단지 케뤼그마적 예수, 즉 구원자로 선포된 예수만 알 수 있다고 주장한 옛 종교사학파의 좌장이다. 저자는 마르코복음은 베드로의 증언을 토대로 작성되었고 당대의 객관적인 사실에 비추어 보아도 복음서가 상당한 수준의 역사적 사실의 진리값을 가진다고  주장한다. 특히 불트만같은 양식비평가들이 주장하듯 복음서가 그저 구전 전승된 자료들의 집합이라는 견해를 반박하며 복음서는 예수 사건을 실제로 목격한 사람들이 생존해있던 시기에 작성되었으므로 '구전 전승이라기 보다는 구전 역사(oral history)'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3장(1세기 상황에서 바라본 예수)는 당대의 사회적 종교적 상황에 대한 개관으로 로마의 지배에서 해방시켜줄 유대인 일반과 정결운동을 외치던 바리새인, 지도층의 중심을 이루던 사두개인 그리고 실제 성전聖戰을 준비하던 에세네파에 대해 기술한다. 예수가 '갈릴래아의 별 볼 일 없는 촌락 나자렛'에서 자랐으며, 당시 나자렛은 대부분 농부로 인구가 백 명이 채 되지 않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짚는다.  

4장(하느님 나라 세우기)에서 하느님의 나라(kingdom)는 지역적 개념이기도 하지만 통치라는 행위를 나타내는 의미라 정의한 후 예수가 가장 강조한 하느님의 나라는 병자들의 치유와 가난한 자들의 구제를 핵심으로 했다고 정리한다. 특히 병자나 가난한자들은 역사적으로 거의 기술된 적이 없는 천민들이었지만 복음서는 이들을 포함하여 '모든 사회계층을 망라한 사람들을 기록'한 것이 당대의 다른 역사 서술과 다른 점이라 하며, 당대 사람들에게 예수는 일차적으로 육체적/정신적 병을 치유하는 사람으로 인식되었을 것이라 기술한다. 

5장(하나님 나라를 가르침)에서 예수의 가르침을 구전 사회에서 암기에 용이한 '비유를 통한 가르침'으로 특징지은 후 아예 언급조차 할 수 없거나 '왕'과 같은 권위적인 이름으로만 묘사되던 여호와 하느님을 '아바'(아버지)라는 친근한 아람어로 부른점, 그리고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하나의 교리로 연결시킨 점을 주요 특징으로 정리한다. 특히 예수가 유대교의 전통에 전혀 없던 새로운 것을 가르친 것이 아니라 토라를 새롭게 해석한 사람으로 정의하고 율법의 우선순위에 대한 새로운 해석(예를 들어 안식일을 지키는 것보다 이웃을 구제하는 것이 중요하다)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한다. 

6장(정체성에 관한 물음)은 당대의 사람들이 평가한 예수와 스스로 평가한 예수에 대해 논하며 예수가 스스로를 메시아라고 한 적은 없으나 하느님의 통치와 자신의 권위를 동일시 했으며 특히 요한복음에 기술된 것처럼 스스로를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고 칭한 것이 전형적인 유대교 선지자와 다른 특징으로 기술한다.  이는 당대 유대인들에게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신성모독이었으며 이런 점이 빌미가 되어 예수의 십자가형으로 이어지게 된다. 눈에 띄는 점은 저자가 요한복음이 공관복음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른 문헌이라 평가하는 견해를 따르지 않고 요한복음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부분에 중점을 둔 채로 공관복음에 대한 창조적 해석이 들어가 있을 뿐 공관복음과 같은 선상에서 볼 수 있다고 주장한 점이다. 

7장(죽음과 새로운 시작)은 예수의 죽음과 부활이라는 기독교의 핵심 사건을 다룬다. 예수는 스스로를 이사야서에서 기술된 것처럼 '속죄양'으로 여겼다. 즉 '많은 사람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희생하는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양, 이사야서에 기록된 주의 종'으로 이해했다. 다만 전통적인 유대교 신앙과 다른점은 포도주를 자신의 피라고 하며 제자들에게 나눠준 것인데, 이는 피를 생명으로 여겨 금기시하던 유대인들의 생각과는 상반되는 지점이다. 예수의 부활사건에서의 특이점은 그의 부활과 관련된 증언자가 막달라 여자 마리아와 야고보와 요셉의 어머니 마리아, 즉 여성이라는 점이다. 당시 여성은 남성에 비해 불완전한 존재로 여겨졌고 법률적인 증거능력도 부족한 것으로 여겨졌다. 만일 복음서의 저자가 자신의 주장의 신빙성을 높이려 했다면 여성을 증인으로 삼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인 일이었을 것으므로,  오히려 역설적으로 이러한 점이 예수의 부활 목격담이 단순한 창작물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예수 사후 뿔뿔이 흩어졌던 예수의 제자들이 대체 어떤 계기로 다시 뭉쳐 선교에 나서게 되었는지에 대한 일종의 해답으로도 볼 수 있는 것으로, 일본 소설가 엔도 슈사쿠의 말처럼 '예수가 부활했음을 믿지 않는다면 예수의 제자들이 부활만큼이나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했다고 믿을 수 밖에 없다'는 주장과 결을 같이 한다. 

8장(그리스도교 신앙이 고백하는 예수)에서는 기독교의 실질적인 설립자가 바울로라는 일련의 주장을 거부하고 기독교 전파의 핵심인물은 사도들과 예수의 동생 야고보가 이끌던 예루살렘 교회라고 주장한다. 바울로가 가르친 내용의 핵심은 초기 기독교 신앙의 일반적인 내용이었으며, 초기 그리스도교인들을 고무시킨 것은 예수가 전한 가르침이었다고 한다. 최초의 그리스도인들이 모두 유대인들이었으므로 그들은 기존의 유대교와 예수가 전한 가르침을 하나의 원리로 통합해야 했을 것이다. 이를 저자는 아래와 같이 정리한다. 

"최초의 그리스도인들이 한 분 하느님에 대한 자신들의 유대교적 이해와 예수에 대한 이해를 통합시켰다고 말하는 것은 그리 과한 견해는 아니   다. 이렇게 해서 성육신 교리가 만들어졌다.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성육신 교리는 그리스도교인들이 예수와 인간, 하느님이 맺은 관계의 핵심을 요약하는 데 사용되었다. 그리스도교 신앙에서 예수가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는지 설명하기 위해 성육신 교리를 간략하게 설명하는 것은 적절한 방법이다.(인간됨 혹은 체현을 의미하는 성육신(incarnation)은 "말씀이 사람이 되셔서"라고 증언하는 요한의 복음서 서문에 기반을 둔다)"
(208쪽)

이를 그리스도교인들은 그 이전에, 그 이후로도 인류에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하느님을 복음서에 나온 예수에게서  발견할 수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고 하며, '성육신이라는 네러티브로 복음서를 읽는 것은 역사적 그리스도교 신앙의 중심'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라종일(지음), <장성택의 길>, 알마, 2016(2쇄)

"권력정치이론에 해박한 라 교수는 권력 승계 규칙이 제도화되지 않은 개인독재 체제 하의 2인자의 정치적 운명에 대한 일반적 형태에 주목함으로써 장성택이 숙청될 수밖에 없음을 정확하게 내다본 것이다." (추천사 중)

"김일성과 김정일 모두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최고의 그리고 적어도 국내적으로는 제약이 없는 권력을 장악했다. 그들의 다음 관심은 불멸과 영생이었다. 이것은 자신을 비판하거나 부인할 수 없는 직계 혈육의 권력세습, 사회정치적 생명체론 같은 유사 이론, 그리고 시신을 박제해서 보존하는 식의 장치 등으로 이루어진다. 말하자면 권력은 어떤 특정한 목적을 위해서 혹은 그 권력이 다스리는 사람들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먼저 권력 자체를 위해서 있는 것이다. 신정에 설득된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먼저 온갖 비판의식의 부담에서 해방된다. 그들은 매사에 그저 감사하고 찬양하고 경배하면서 신을 따를 뿐이다. 그러니 혹시 이 신정의 핵심, 특히 핵심과 외부의 경계선상에 있는 사람의 처지는 어떻겠는가?" (들어가며, 7쪽)

절대 권력의 성립과 유지 그리고 승계에 대한 체험 보고서. 

강유원(지음), <숨은 신을 찾아서>, 라티오, 2016

"삶을, 온전히 쥐고 있다는 오만함이 넘쳤다." (숨은 신을 찾아서, 1)

"우리의 모든 탐구는 '숨은 신'을 찾으려는 시도이다. 그것이 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다 해도. 우리는 그것을 찾아가는 삶의 과정에 있다. 더러는 바다를 건너가기도 하면서 더러는 바다를 바라보기도 하면서, 때로는 오뒷세우스처럼 때로는 에이해브처럼," (숨은 신을 찾아서, 39)

"야욕과 절망 사이에는 10년 정도의 시간이 놓여 있었다. 그 시간은 인간 존재의 하찮음을 가르쳐주었다." (숨은 신을 찾아서, 1)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지음), 김창성/성염(옮김), <국가론/법률론>, 한길사, 2013(3쇄)

<국가론> 1.25.39 
아프리카누스가 말했다. "시작하겠습니다. 국가는 인민의 것입니다. 인민은 어떤 식으로든 군집한 인간의 모임 전체가 아니라, 법에 대한 동의와 유익의 공유에 의해서 결속한 다수의 모임입니다. 한편 인간이 결합하는 첫 번째 이유는 인간들의 연약함이라기보다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어떤 것, 마치 군집성(congregatio) 같은 것입니다. 사실상 인간은 홀로 떠도는 종류가 아니라, 모든 것의 풍부함을 부여받았어도 [사회 속에서 사는 것이 자연에 의해서 강제되]도록 태어난 것입니다."

이와 같은 언명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국가가 합법적 절차에 따른 유익의 공유에 의해 결속된 공유물이라는 점이다. 반대로 불법적 절차에 따른 사익의 갈취에 의해 결속된 사유물은 국가가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를 '공정성'의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유익의 공유보다 높은 차원에서 공동체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도 있다. 예를 들어 '유익의 공유'보다는 좀더 상위의 관점에서 공동체를 정당화 하기 위해  '정의의 실현'와 같은 가치를 가져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정치신학적 논의라고 한다. 만일 정의 실현과 같은 상위의 정당화 근거를 완전히 배제한체 오직 구성원의 이익의 공유라는 점만을 공동체의 근거로 설정하면 존 로크가 주장했던 Liberal state를 구현하는 셈이 된다. 반면 상위의 정치신학으로 신의 영원한 법 또는 그리스도의 계시를 가져오면 중세 가톨릭의 정치 신학이 전개된다. 키케로의 경우 <국가론>에서 국가를 인민의 것으로 정의한 뒤 이어지는 후속편인 <법률론>을 통해 보다 국가라는 공동체의 상위 근거를 확보하고자 하였다. 

<법률론> 1.12.33
그렇다면 우리는 자연본성에 의해서 이렇게 만들어졌다는 결론이 나오네. 곧 서로서로 법에 참여하고 모든 사람 사이에 법을 공유하도록 만들어졌다는 말일세. 이번 토론 전체를 통해서 이 점은 이렇게 이해해주기 바라네. 내가 말하는 법은 자연본성이라고 이해해주기 바라네. 

<법률론> 2.5.11
신적 지성이 최고의 법률이라네. Divina mens summa lex est. 

키케로는 상위의 정치 신학을 확보하기 위해 자연법 사상을 전개하였다. 자연법 사상은 약 천년 넘게 이어져 근대의 토마스 홉스에게도 나타나는개념으로 헤겔의 <자연법의 학적 방법에 대하여> 이후에야 이론적으로 완전히 단절될 만큼 오랜 역사를 갖는다. 키케로는 그의 자연법 개념을 '자연본성으로 이해되는 법', '신성한 법', '공정성', '이성적인 법', '최고선', 영원한 것', '신의 지성' 등으로 복합적으로 설명하였다. 이는 자신의 정치 철학을 자연적인 것이자 공정한 것이며 이성적인 것이자 최고이며 영원한 신의 지성이라는 제일명제에 정초하고자 하는 시도였다. 실질적으로 키케로는 모든 인민에게 적용가능한 '만민법'의 정당화 기반을 마련하기위해 자연법과 같은 신성한 법 lex divina을 논의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를 한문장으로 요약한 것이 '신적 지성이 최고의 법률 Divina mens summan lex est'으로 신성한 것(신적 지성)을 세속적인 것(법률)과 연결하려는 시도가 <법률론> 전체에 나타난다. 


지혜 잡담

"지혜는 사실의 현상적인 분석과 기술에 바탕을 두고 그 내면적 근거와 본질 및 전체적 의미연관을 통찰하여 보다 근원적으로 사태를 파악하고 판단하는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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