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가키 에미코(지음), 김미형(옮김), <퇴사하겠습니다>, 엘리, 2022(10쇄)

2017년에 출간된 이 책은 5년동안 무려 10쇄를 찍었다. 저자의 다른 책들도 계속 출간되는 것을 보면 저자의 생각에 공감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이 저자의 퇴사 이후 삶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도 예상할 수 있는데, 정작 이 책이 퇴사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지는 미지수이다. 

퇴사, 즉 하던 일을 그만두고 무직의 상태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돈이 필요하다. 부모에게 받을 별다른 유산이 없는 일반적인 사람들은 자신이 번 돈으로 현재와 미래의 생활을 모두 책임져야 한다. 더구나 자기 혼자만의 삶을 책임지는 경우보다는 자식이 장성하여 독립할 때 까지 가족들의 생활까지 책임져야 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2020년대 한국 직장인의 평균 소득이 월 300만원 내외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 돈으로 3~4인 가족의 현재와 미래의 삶을 책임질 만큼 충분한 돈을 저축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나는 직장생활 시작하고 대략 2~3년부터 퇴사를 생각했다. 서른이 되기 전이었으니 20여년전 일이다. '내가 회사 생활을 오래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2년차 무렵부터 들었고, 마흔 다섯 즈음에 (그 당시에 마흔 다섯이 올거라고 머리로는 생각했지만 실제로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은퇴할 생각으로 엑셀을 열어 재무표를 만들었다. 현재의 소득, 앞으로 늘어날 소득, 이자 등 평균 수익률. 그때의 결론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서는 마흔 다섯살에 은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어쩌다보니 이후 결혼을 하긴 했지만 아이없는 결혼생활을 하게된 이유는 아마도 그 때 엑셀표를 만들었던 경험일 때문일 것이다. 

일본에는 우리보다 훨씬 회사중심적으로 사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아사히 신문사에서 29년을 근무한 저자(여성이자 싱글이라고 한다)의 삶에 일본 회사원으로서의 생활이 잘 드러나보인다. 은퇴후 삶을 보장할 정도로 돈을 모은 것도 아닌데 저자의 용기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막상 회사를 그만두려고 했을 때 나는 겁이 나서 그렇게 하지 못했다. 요즘도 6개월 앞의 삶을 짐작할 수 없는 불안정한 상태이긴 하지만, 아이도 없고 맞벌이인 내가 징징대는 소리를 하는 건 올바르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뉘라서 자신의 남은 회사 생활을 알 수 있을까. 그저 루틴대로 하루하루 살뿐. 그런면에서 2008년부터 읽어온 선생님 책과 2010년 이후 선생님 수업은 저자가 강조하는 '돈을 많이 써지 않아도 행복한 삶'을 사는데 필수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남자 직장인들의 삶은 대개 비슷한 궤적을 그릴 것이다. 20대 후반에 시작해서 30대 중반에 과장 정도가 되고 40대 초중반이면 조직을 담당하는 자리에 오른다. 이후 임원의 길을 가거나 '만년 부장'으로 55세~60세까지의 생활을 하게 되는데,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은 작은 회사의 임원으로 옮기는 기회를 잡기도 하고 아니면 소위 눈칫밥을 먹어가며 하루하루 버티는 삶을 살게 된다. 물론 이렇게 가는 경우도 운이 따르는 것이 테니, 중간에 회사가 무너지거나 개인적인 일로 퇴사를 당하는 일이 생기기도 할 것이다. 

선생님과의 인연이 없었다면 나도 비슷하지 않을까. 어떤 자리인가 올라가기 위해 버둥거리다가 올라간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기 위해 버둥거리는 길.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오직 그 길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낮에는 일을 밤에는 사회생활을 주말엔 '네크워크 관리'를 하지 않았을까. 그게 좋은지 아니면 지금같이 일주일 내내 전화통화한 사람이 3명도 안되는 삶을 사는 것이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일반적인 직장인의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버둥거렸던 것은 분명하다. 내가 좋은 삶의 모형이 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면 '직장생활 계속 하면서 학생으로서도 충실한 삶'이라는 모형은 그리 흔한 것은 아닐테니 마지막까지 도전해볼만한 목표일 수도 있겠다. 

더이상 돈을 벌지 않아도 지속가능한 생활 방식, 공부하기에 부족함 없는 건강, 읽고 싶은 책이 늘 있는 학생으로서의 삶이 내일 당장 시작될지라도 마치 원래 그랬던 듯 하루를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 책의 결론에서도 유사한 이야기를 찾을 수 있었다. 

헬무트 틸리케(지음), 손성현(옮김), <신과 악마사이>, 복있는 사람, 2022

"이것이 하나님에 대한 나의 생각이다. 나와 나의 이성이 하나님에 관한 것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나와 나의 이성은, 하나님이 정말 하나님이려면 '어떠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 예컨대 그분은 지혜로와야 하고(그러나 내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지혜로움으로) 심오해야 하고 내게 가장 좋은 것을 베풀어 주셔야 한다. 그분은 내 삶을 기쁨으로 - 때로는 고통으로라도- 풍요롭고 소중한 것으로 만들어 주셔야 한다(영리한 우리는 고통의 의미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분은 우리 민족을 지켜 주셔야 한다. 우리 민족은 이 세상에서 특별한 사명을 받은 민족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오직 이 사명이 이루어지는 곳에 하나늠이 계시고 그분의 섭리도 존재한다. 그분이 정말 하나님이라면 이런 분이셔야 한다. 그분은 돌로 빵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분이 정말 하나님이라면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릴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조건을 제시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하나님이 그 조건을 만족시키면 우리는 그분을 하나님이라고 부른다. 결국, 우리가 하나님의 주인인 셈이다."(서곡 : 빵, 성전 꼭대기, 광야의 모래 속에서 반짝이는 나라들, 30쪽)

플라톤(지음), 박종현(옮김), <소피스테스,정치가>, 서광사, 2021

올해 고급철학연습(3)의 주교재로 7강부터 34강까지 27번 강의. 정치가의 기능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것이 텍스트의 목적이다. 관련 부분을 옮기면, 

"이것이 하나이며 전부인 왕도적 통치 지식의 하나로 짜는 일이니, 절제 있는 성격들이 용감한 성격들과 떨어지는 걸 결코 허용치 않고, 의견의 일치와 명예 그리고 불명예와 영광, 서로 간의 서약을 해 줌과 받기로써 함께 짜서, 부드러운 이른바 잘 짜인 직물을 이것들에서 짜내서는, 나라들에 있어서의 관직들을 언제나 공동으로 이들에게 맡기는 것이네."(311a)

"그러면 이것이 고른 짜임새에 의해 함께 짜인 직물의 완성, 곧 나라 통치 행위의 완성에 이르는 것이라고 말하세. 용감하며 절제 있는 사람들의 성격을 왕도적 전문 지식이 한 마음과 우애에 의해서 이들의 공동의 삶을 이끌 때, 모든 직물들 중에서도 가장 위대하며 최선의 것을 완성하고, 그 나라들에 있는 다른 모든 사람을, 노예도 자유민도 이렇게 짠 것으로 감싸서 모두를 지키며, 가능한 행복한 나라게 되는 데 알맞은 정도에 어떤 면에서도 아무것도 부족함이 없게 다스리고 지도하게 될 때 말일세."(311c)

무라카미 하루키(지음), 윤성원(옮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문학사상, 2판(44쇄)

마흔줄에 들어서야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을 처음 읽었는데, 그때 든 생각은 '스무살에 읽었으면 내 친구 모군처럼 밑줄치면 읽었겠구나' 였다. 20대의 감성이 머리속에서 떠오르기하는 하는데 온전히 공감되지는 못하는 나이가 된 탓이라 생각했다. 이 소설도 마찬가지. <노르웨이의 숲>의 프리퀄 느낌인데, 아닌게 아니라 하루키의 데뷔소설이다. 그의 달리기 에세이를 읽고나서 그의 소설은 그것 밖에 읽지 않은 것이 생각나 기왕이면 데뷔작을 읽어보자는 생각이었다. 정작 소설의 내용은 그다지 기억나지 않고, 그가 이 소설을 쓰게된 계기만 계속 기억할 것 같다.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한 계기는 실로 간단하다. 갑자기 무언가가 쓰고 싶어졌다. 그뿐이다. 정말 불현듯 쓰고 싶어졌다."

이명학(지음), <교양인을 위한 한문의 세계>,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2020(2판 3쇄)

2022년 1월 18일에 시작해서 하루에 2~3쪽씩 공부하여 10월 31일에 마무리. 시라카와 시즈카 선생의 상용자해와 함께 올해 아침 루틴이었는데, 빼먹은 날이 제법 많았다. 

조영권(지음), <경양식집에서>, 린틴틴, 2022(3판)

피아노 조율사이면서 <중국집>의 저자인 조영권씨가 2021년에 펴낸 경양식집 방문기. 중국집도 화상 노포들이 사라져가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경양식이야말로 카페와 분식집 그리고 파인다이닝에 밀려 설자리가 없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이렇게 사라져만 가는 전국의 오래된 경양식집 28곳이 사진과 글로 소개되고 있다. 대전의 <아저씨돈까스>는 대학 붙었다고 누나가 돈까스 사준다고 데려갔던 곳인데, 정작 위치를 못 찾아서 다른 집 돈가스를 먹었던 기억이 생생. 스프를 내주면서 '빵으로 하시겠습니까, 밥으로 하시겠습니까'를 묻던 추억이 생각난다. 이번 <경양식집에서>는 드라마로도 제작된다고 한다. 

안드레아스 뵌&자이들러(지음), 이상훈&황승환(옮김), <매체의 역사 읽기>, 문학과 지성사, 2020(2쇄)

서문 : '매체의 발전을 기술하면서 그 사회적 조건과 결과를 고려함. 새로운 매체 기술의 등장과 이것이 정착하게 된 근거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사회사적, 정신사적  영향, 그리고 현대의 매체 지평 속에서 매체가 갖는 의의에 대해 탐구함 

  1. 의사소통 이론과 기호이론 
    1. 의사소통이론 : 발신자-채널-메시지-수신자 (자극-반응 과정)
    2. 야콥슨의 의사소통모델 : '맥락'에 따른 의미 변화, '코드'를 통한 암호화 기능을 추가 
      1. 야콥슨의 여섯가지 기호 기능 :
        1. 감정적 : 발신자가 자신에 대해 제공하는 정보 (음색에 따른 목소리 판단)
        2. 행동촉구적 : 수신자에게 초점 (선전이나 광고)
        3. 지시적 : 의사소통의 대상이 되는 사물 
        4. 시적 : 메시지의 정교한 형상화 
        5. 교감적 : 의사소통 과정에서 접촉의 역할
        6. 메타언어적 : 메시지 자체가 제대로 이해되느냐의 관점 
    3. 기호이론
      1. 소쉬르의 양면적 기호 모델 : 기표 Signifiant(표시하는 표현), 기의 Signifie (그것으로 표시된 관념), 표현과 관념이 서로 결합되어야 기호로 성립 
      2. 퍼스 기호학의 삼원 구조 : 기표(표상체, 표현) - 기의(해석체, 관념) - 지시소(대상체, 객체)
      3. 타입 (보편적이고 추상적인 유형), 토큰(시공간 안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된 개별 기호), 톤(뉘앙스)
      4. 랑그(체계로서의 언어, 문법을 포함한 존재하는 모든 어휘의 총체), 파롤(실제로 실행되는 언어적 표현)
      5. 3가지 기호의 유형 : 지표Index(지시소와 시간적 또는 공간적 관계를 맺는 기호, 화재와 연기), 도상Icon(이미지 기호, 지칭하는 것과 유사, 유추관계), 상징Symbol(자의적인 기호)
  2. 매체 개념 
    1. 보편적인/광의의 매체 개념 : medium(수단), 서로 떨어져 있는 사물이나 사람 등의 사이를 어떤 형태로든 중걔해주는 것이면 무엇이든 매체, 너무 포괄적이어서 매체사의 대상 영역을 규정하기 적합치 않음. 기호학적 매체 개념이 적합 
      1. 마셜 매클루언 : 인간의 확장 extensions of man 
      2. 니클라스 루만 : 형태와 관련 있는 것으로 형태를 취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매체로서 기능 
    2. 기술적인 매체 개념 
      1. 1차(언어, 몸짓, 표정), 2차(생산에만 기술 필요, 문자, 그림, 사진 등), 3차(생산과 수용에 모두 보조 수단 필요, 영화, 텔레비전, 인터넷)
      2. 아날로그/디지털, 기술적/기능적, 감각기관에 따른 분류 등 
  3. 언어기반 매체의 발전_구술성과 문자성 
    1. 문자성 : 복잡성의 증가, 문서화, 해석의 문제, (지식인집단이라는) 계층 분화 
  4. 텍스트, 책, 인쇄
    1. 텍스트 : 엮어서 짠 천이라는 뜻의 라틴어 textus에서 기원, 내용과 형식적인 면에서 일관성을 가져야 함
    2. 책 : 15세기 구텐베르크의 인쇄기술, 16세기 <돈키호테>와 같은 독서 그리고 독서의 조건 자체가 문학 자체의 주제가 되는 현상 등장(영화, 컴퓨터 게임 중독과 같은 맥락), 19세기 노벨레(로만, 소설)의 인기에 힘입은 문학의 호황 
  5. 신문, 잡지, 공론장의 성립 
    1. 신문 : 1605년 독일의 요한 카롤루스가  발간한  <중요하면서도 기억할 만한 모든 사건을 담은 소식>이 세계 최초 주간지. 일간지는 1650년 <Einkommende Zeitung>
    2. 공론장 : '게이트키핑'(1947년 사회심리학자 쿠르트 레빈이 도입)은 매체의 선택기능을 지칭, 매체는 정보를 선택하여 사회적 논의 대상을 결정한다는 개념, 안건 설정(Agena Setting)과도 유사한 개념 
  6. 언어와 이미지 
    1. 이미지 :  도상성(이미지와 모사된 것 사이의 유사관계), 색인성(이미지의 실제적인 제작 여건과 제작 이후 관련상황에 대한 정보), 상징성(관습이나 특정한 텍스트와의 결합에서 기인하는 요소), 도상성(고대) → 상징성(중세)→ 도상성(르네상스)의 도식적인 이해도 가능 
    2. 양식개념 : 사실주의(이미지의 도상적 차원에 기초, 외적 현실을 가능한 충실하고 정확하게 모사) 고전주의(외적 현실을 정확하게 모사하지만 이를 양식화하고 이상화), 매너리즘(양식화와 과장된 유희적 표현)
  7. 사진 : 기술에 근  거를 둔 최초의 이미지 매체, 예전의 모든 이미지 제작 방식은 기술적인 보조 수단의 도움 여부와 무관하게 제작자인 인간 주체에 종속
  8. 영화 : 초기에는 연극적인 요소가 강했으나 몽타주(영화 매체만의 독특한 서술형식, 별도로 촬영된 장면들을 이어붙여 또다른 서사를 만드는 기법, 컷편집)와 같은 영화 고유의 기법이 도입되면서 별도의 장르로 발전 
  9. 라디오와 텔레비전 : 최초의 텔레비전 생방송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으로 '공공 텔레비전 시청소'에서 무료로 상영 
    1. 제로 미디어, 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거가 텔레미전 매체를 통해 사람들이 정보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긴장 해소와 기분 전환을 위해 소비하는 현상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사용
  10. 디지털매체 : 2진법 체계를 구상한 컴퓨터 원리의 창시자는 라이프니츠(1646~1716)
  11. 멀티미디어와 하이퍼미디어 : 디지털 미디어의 멀티/하이퍼 미디어적인 특성 → 21세기 인터넷 플랫폼 사업의 토대 
  12. 자기반영과 상호 매체성 
    1. 자기반영 : 매체가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하는 것 (ex 미디어오늘)
    2. 상호매체성 : 가곡(음악+가사)와 같은 명시적 상호성, 문학작품의 영화와 같은 암시적 매체성, 뉴미디어가 레거시 미디어의 방식으로 자신을 홍보하는 상호 매체성
      1.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전쟁교본> : "  저 위에는 모든 부당함을 응징하는 보복자가 살고 있다고 우리는 학교에서 배웠다. 그래서 남을 죽이려고 들고 일어난 우리는 죽임을 당했다. 우리를 들고 일어나게 한 사람들을 너희들은 처벌해야 한다."
      2. 라파엘의 <라 포르나리나>라는 회화를 패러디한 신디 셔먼의 사진작품(1989년), 자연을 충실하게 모사할 것이라고 기대되던 사진 매체를 회화 자체보다 인위적으로 재구성
  13. 매체 세계와 매체 현실 : "우리 사회에 관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관해 우리가 아는 것은 대중매체를 통해 아는 것이다"(니클라스 루만, 1996)
  14. 매체의 이용과 매체의 영향 
    1. 매체의 이용 : "텔레비전으로 방영되는 의사소통에서 이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의사소통의 기준이 도출될 수 있으며, 그런 방송은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후속 의사소통의 주제가 될 수 있다. 사회 발전은 결핍을 초래하고, 매체는 이 결핍을 메울 대체물을 공급한다."(323쪽)

무라카미 하루키(지음), 이윤정(옮김),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 문학사상, 2022(4판 ,5쇄)

Islay는 영어 발음으로는 '아일레이', 스코틀랜드 발음으로는 '에일라' 정도라고 한다. 따라서 하루키가 다녀온 스코틀랜드의 아래쪽 Islay섬은 아일레이섬 또는 에일라섬 정도인 셈인데, 그간 무심하게 '이슬레이'라고 읽어 왔는데 이 책을 읽고 바른 정보를 알게 되었다. 

하루키의 책은 거의가 베스트셀러가 되겠지만, 이 책도 만만치 않다. 2001년 출간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이라는 짧은 여행기인데, 20년만에 4판/5쇄를 찍었을 뿐더러 현재의 제목으로 바뀌면서 사진 자료등도 업데이트 되었다고 한다. 하루키 좋아하는 사람들이 술도 좋아하는 것인지 술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루키가 썼으니 한번 읽어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인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뛰어난 작가이자 러너이자 재즈 애호가에 술꾼이자 이야기꾼임을 재확인하게 된다. 특히 '로스크레아의 펍에서 만난 노인'이라는 제목의 짤막한 에피소드는 아일랜드의 펍에 가보고 싶은 에로스를 불러 일으켰다. 

"그는 얼마 있다가 바텐더와 눈이 마주치자, 호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어 카운터에 올려놓았다. 짤그랑, 하는 기분 좋은 소리가 났다. 아마도 정확한 금액을 미리 호주머니 준비해왔으리라.  
  바텐더는 정확히 자로 잰 듯한 짧고 간결한 미소를 짓더니 거꾸로 매달아 둔 병 가운데서 튤러모어 듀를 큼지막한 술잔에 따라 종이로 된 코스터와 함께 그의 앞에 놓더니, 제대로 헤아리지도 않고 돈을 가지고 가버렸다. 그러는 동안 바텐더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남자 역시 아무 말이 없었다. 아마도 그것은 밀물과 썰물처럼 이 장소에서 수도 없이 반복되어 온 두 사람 사이의 습관적인 행위인 듯했다. 그렇게 보는 것이 정상적인 추론이었다. (...)
  노인은 위스키 잔을 손에 들고 조용히 입으로 가져갔다. 물은 타지 않았다. 입가심으로 물이나 맥주를 마시지도 않았다. 가게 안은 몹시 북적거렸지만, 거의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돌아서서 카운터에 기댄 채로 가게 안을 빙 둘러보거나 하지도 않았다. 그곳에 존재하는 것은 그의 손에 들린 위스키 잔뿐이었다. 만일 펍에 그 사람 말고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고 해도,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을 것이다."

몇년전 작은 형제회 수도원이 함께 있는 정동 프란치스코 성당에 수업들으러 갔을 때 노령의 외국 신부님께서 무슨 책인가를 보시면서 한손에는 홍차 티백을 찻잔에 넣어두고 계셨는데, 수분이 지나도록 책에 빠져 티백을 빼지 않던 모습이 왠지 겹쳐지는 대목이었다. 오래도록 반복되는 것들, 노고가 담긴 것들, 무엇인가에 빠져있는 모습은 언제나 에로스를 불러 일으킨다. 

이해찬(지음), <이해찬 회고록, 꿈이 모여 역사가 되다>, 돌베게, 2022(2쇄)

정치인 이해찬에 대해 잘 알고 있지 못했다. 
조각조각 파편적인 기억이나 평가가 있을 따름으로 서점을 운영했던 운동권 출신이라던지, 소위 '이해찬 세대'를 만들어낸 오래된 정치인이라는 등의 인상이 있을 따름이었다. 이 책은 나의 이런 인식이 얼마나 왜곡되고 부족했던지 잘 알려주었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자서전/회고록과 함께 읽으면 해방 이후 한국에서의 자유와 인권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고통 속에서도 평생의 노력을 기울였는지에 대해 알 수 있게 해주기도 했다. 박정희, 전두환 같은 파시스트들이 얼마나 잔혹한 짓을 저지르고도 뻔뻔한 삶을 살았는지와 그에 부역했던 쓰레기 같은 인간들, 그리고 소위 진보 진영을 얼쩡거리면서도 기회만 보면 개인의 영달을 추구했던 자들 - 예를 들어 안철수 - 의 행태도 상세히 알 수 있게 되었다. 선생님께서 특히 20~30대에게 추천하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이유도 알 것 같다. 현재 우리 모두가 누리고 있는 보편적 인권과 제도적인 민주주의는 그냥 거저 얻어진 것이 절대로 아니었다. 민주 세력이 집권 이후의 공과가 있을 지라도 그들의 헌신적인 노력은 결코 폄하되어서는 안된다. 그 중심에 정치인 이해찬이 있었다. 학우님의 옮긴 구절을 중심으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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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국회에 들어온 이래, 민주주의 완성과 민주적 국민정당 건설을 목표로 33년 동안 정치를 하면서 깨달은 것은 정치를 하는 사람은 온전한 공인(公人)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인으로서의 삶을 살려면 공인의식(Public Mind)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올바른 공인의식을 가지려면 역사와 현실을 함께 사고하는 사회과학적인 안목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역사 전개 과정인 통시적 흐름을 읽고 우리나라를 구성하고 있는 공시적 구조를 파악하며 현재 이 나라에 사는 중산층과 서민의 삶을 항상 의식하는 세 가지가 바로 사회과학적인 안목의 기반입니다.“(8쪽)

"직업으로서의 정치는 열정과 책임감, 그리고 균형이 중요해요. 직업으로서의 학문은 열정과 책임감과 객관성이 중요하지. 재야 운동은 열정과 책임감과 희생이 필요해요. 핵심이 달라. 정치는 균형, 학문은 객관성, 재야 운동은 희생, 헌신이지.(205쪽)
“가치는 역사에서 배우고 방법은 현실에서 찾는다.”
“어떤 사회 수요에 대해서 판단을 잘하고 책임을 지는 거. 판단력과 책임감. 이 두 가지를 잘 끌어가는 게 '퍼블릭 마인드‘가 아닐까 싶어요. 한 가지 덧붙이자면 공무원, 공인으로서 자세도 중요하고. 나한테 관대하고 남한테도 관대한 사람이 있어요. 좋은 사람이지. 근데 이런 사람들은 뭘 하지 못해요. 공인은 이러면 안 돼. 남한테는 엄한데 나한테는 관대한 사람도 있어요. 아주 이기적인 사람이야. 반대로 남한테는 관대한데 자기한테 엄한 사람은 도덕주의자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이것도 공인의 자세는 아니라고 봐. 공인의 자세는 남한테도 엄하고 나한테도 엄해야 해요. 그래야 공적인 기강이 서니까요.” (354쪽)
“나는 정치도 민주화운동의 연장에서 시작했어요. 민주적 정당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지. 아직 걱정스러운 바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발전을 해 온 것 같아요. 이제 DJ가 하신 말 씀을 조금 느껴.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 … 운동을 하면서 실패는 해도 좌절하지는 않잖아요. 정치를 하다 보면 목표대로 성취하지 못할 때가 있어요. 못한 것은 또 하면 돼요. 실패가 아니에요.”(554쪽)

무라카미 하루키(지음), 임홍빈(옮김),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문학사상, 2022(47쇄)

- 하루키의 책은 <노르웨이의 숲>과 <언더그라운드>만 읽어 봤을 뿐인데, 두 책 모두 재미있었다. <노르웨이의 숲>이 <상실의 시대>였을 때, 대학 동기가 밑줄까지 쳐가며 읽던 소설이 대체 뭘까 싶었는데, 그 책을 마흔 줄에 접어들어서야 읽었던 기억. <언더그라운드>역시 수업시간의 부교재였기에 일독했는데, 사실에 접근하려는 하루키의 끈지가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 그런 점에서 이 책도 하루키의 끈기에 대한 이야기.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한게 서른 살 이후였다고 하고, 소설 쓰는 일을 육체노동으로 정의하고 소설을 오랫동안 잘 쓰기 위한 체력을 기르기 위해 매일 달리기를 시작하여 마라콘 풀코스와 트라에슬론까지 성공하게된 끈기의 이야기이다. 선생님 책 중에 <몸으로 하는 공부>에서 제시되는 공부론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매일 매일 지겹지만 필요한 일을 반복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교훈. 

- '나는 매일 무엇을 꾸준히 하고 있을까'라는 반성이 생기는 아침. 인상 깊은 구절 몇가지 옮겨둔다. 

"그에 비하면 나는, 내 자랑을 하는 건 아니지만, 지는 일에 길들여져 있다. 세상에는 내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산만큼 있고, 아무리 해도 이길 수 없는 상대가 산더미처럼 있다. 그러나 아마도 그녀들은 아직 그런 아픔을 알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당연한 일이지만 그런 것을 지금부터 굳이 알 필요도 없을 것이다.(...)
 나의 인생에도 그런 빛나는 날들이 존재했었을까? 그렇다, 조금은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약 그때 내가 긴 포니테일을 갖고 있었다 해도 그것은 그녀들의 포니테일만큼 자랑스럽게 흔들리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
 그러나 그녀들의 달리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은 그 나름대로 멋있다. 이렇게 해서 세계는 확실하게 이어져가는 것이로구나, 하고 소박하게 실감한다. 그것은 결국 인류 대대로 내려오는 전달 사항인 것이다. 그러므로 그녀들에게 뒤에서부터 추월을 당해도 별로 분하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그녀들에게는 그녀들에게 어울리는 페이스가 있고 시간성이 있다. 그것들은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며, 차이가 나는 건 당연한 것이다."(146쪽)

모리 카오루(지음), <엠마 1~10권>, 대원씨아이, 2013

인생 처음으로 읽어본 소위 '순정만화'. <신부이야기>와 같은 지독한 디테일이 나타나기 전이지만 깔끔한 그림체와 빠른 전환, 간결한 대사가 보이는 것 같다. 7권까지가 본편이고 8~10권은 외전격인데 10권을 빼고는 다소 지루했다. 

모리 카오루(지음), <신부이야기 1~13권>, 대원씨아이, 2021

<그레이트게임>의 배경이자 작화 자체가 좋다는 소문이 자자하여 읽게된 모리 카오루의 <신부이야기>. 

- 작화가 엄청난데, 유튜브에서 그리는 작화하는 영상을 찾아보니 한장 그리는데 두세시간은 기본인 듯 하다. 
- 13권까지 다 읽고나서야 작가가 78년생 여성임을 알게 되었다. 왜 남자라고 생각한거지? 
- 중간중간 지루한 부분도 나오는데, 막상 전투 장면이 나오면 정말 '지리는' 전개다. 역시 그림 자체가 엄청나다. 
- 일본어판은 14권이 10월 20일에 출간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글판은 내년쯤 나오게 될 듯 하다. <중쇄를 찍자>와 더불어 사서 읽는 만화 시리즈가 추가되었다. 

미깡(지음), <해장 음식, 나라 잃은 백성처럼 마신 다음 날에는>, 세미콜론, 2021(3쇄)

술 마시기를 좋아하는데, 예전에는 주로 밖에서 친구들과 마셨다면 이제는 거의 집이나 집 근처에서 혼자나 와이프와 마시는 편이다. 술 줄여야 되지 싶어서 일주일에 한번으로 한정하기도 하고 한번 마시면 48시간 유예 기간을 두기도 했는데 잘 지켜지는 편은 아니다. 여럿이 마실 때는 혼자서 술 마시는 사람 보면 왠지 측은해보이기도 했는데, 요즘은 사람이 바글바글한 감자탕 집에서 특 뼈해장국 하나 시켜놓고 에어팟 프로의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을 작동시키면서 성시경의 먹을텐데나 술맛여행놈 채널을 보면서 여유있게 참이슬 빨간 뚜껑 한병 정도는 비우는 경지에 이르렀다. 

좋아하는 해장음식은 단연코 복국 혹은 복지리. 해장 능력에 있어서는 따라올 적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으로 많이 먹던 음식은 정자동 '이화원'에서 즐겨 먹던 메뉴에도 없었던 '우동밥'. 중국집 우동을 시키면서 면을 빼달라고 하면 되는데 하얀 짬뽕밥인셈이다. 요즘은 '백짬뽕밥'이라는 메뉴로 역시 정자동 '자오찬'에서 팔기도 하는데 이런 메뉴가 없던 시절에, 빨간 국물로 해장하길 즐겨하지 않던 내가 만든 메뉴였다. 

그리고 물론 모든 술꾼들의 사랑을 받는 해장국도 빼놓을 수는 없다. 나는 고추기름 많이 들어간 양평해장국 스타일보다는 청진옥이나 유치회관 스타일의 소고기 무국+우거지+선지 조합의 안 매운 국물을 더 좋아한다. 유사한 계열로 충청도 사람들이 많이 먹는 올갱이 해장국. '재미네 부엌'에서 냉동해서 파는 올갱이 해장국을 냉동실에 쌓아두고 있다. 

생각보다 라면 해장을 좋아하지 않는다. 해장 라면을 먹던 시절도 있긴 한데 느글거리는 속에 라면 국물을 넣으면 더 느글거린달까. 국수류에서는 평양냉면과 칼국수 해장을 좋아한다. 특히 평양냉면은 어복쟁반에 소주를 마시다가 슬슬 배가 불러오면 평냉 하나 시켜서 소주 한잔에 냉면 국물 한숟가락씩 먹으면 딱 좋다는 것을 꽤 오래전에 발견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널리 전파하기도 했는데, 어느날 성시경의 먹을텐데에서 똑같은 소리를 해서 놀랐다. 

잊지 못할 해장은 뭐니뭐니해도 카자흐스탄 출장에서 아침에 마셨던 사과주스. 2004년에 광고 대행사를 다녔는데, 광고주 의뢰로 인도와 카자흐스탄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카자흐스탄에서는 광고주 법인장님이 저녁에 술도 사주셨는데, 보드카를 멋도 모르고 소주처럼 마셨다가 다음날 아침에 정말 죽을뻔했다. 오바이트를 거의 스무번 정도 했는데, 물도 넘길 수 없는 상태에서 당시 광고주 사무실 냉장고에서 발견한 사과주스를 마시고 토하고 마시고 토하기를 서너번 하니까 드디어 평안이 찾아왔던 기억. 카자흐스탄의 옛 수도가 알마티인데 그게 '사과의 아버지(?)' 뭐 그런 뜻으로 사과가 많이 나는 동네였기에 맺게된 사과주스와의 인연. 원인을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담배를 끊은 이후에는 숙취가 없어졌다. 

술 마실 시간에 책이라도 한 장 더 읽거나 운동을 해야하는데, 술 마시는데 시간 쓰고 술 깨는데 쓰는 시간이 많긴 하다. 한동안 금주도 해봤고 절주가 평생 모토인데, 맛있는 음식과 그에 잘 어울리는 술의 조합에 매번 지곤 한다. 특히 결혼하고 와이프에게 배운 와인의 맛을 알게 되면서 이젠 술 자체로도 즐길 수 있게 되었으니 술 끊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이 책의 저자 미깡은 '술꾼도시처녀들'이라는 웹툰을 그린 작가인데, 글 솜씨가 좋았다. 역시 음식 이야기가 재미있긴 재미있는 모양이다. 책도 3쇄를 찍었다. 



배순탁(지음), <평양냉면, 처음이라 그래 며칠 뒤엔 괜찮아져>, 세미콜론, 2021

'띵' 시리즈 10권으로 평양냉면이 소재이나 본격적인 냉면 기행이 아니라 평양냉면을 계기로 한 음악에 대한 에세이다. 공교롭게 책 중간에 인용된 소설가 김영하의 글이 기억에 남는다. 

"친구를 덜 만났으면 내 인생이 더 풍요로웠을 것 같아요. 맞출 수 없는 변덕스럽고 복잡한 여러 친구들의 성향과 각기 다른 성격, 이런 걸 맞춰주느라 시간을 너무 허비했어요. 그보다는 자기 자신의 취향에 귀 기울이고 영혼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드는 게 중요한 거에요." (71쪽)

박찬일(지음), <오사카는 기꺼이 서서 마신다>, 모비딕북스/타이드스퀘어, 2019

역시 박찬일의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오사카 지방을 여행하면서 주로 술집을 중심으로한 음식 문화에 대한 에세이다. 사진 자료가 풍부하고 식당 리스트가 별책 부록으로 되어 있어 실제 여행을 위한 준비자료로도 사용할 수 있겠다. 

오사카 다치노미(서서 마시는 선술집)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부분 있는데, 아주 마음에 드는 형태다. 저렴한 가격(5천원내외)의 안주를 조금씩 시킬 수 있고, 술도 잔술로 마실 수 있는 서서 마시는 집. 주인장이나 단골들과 친해져서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면서 왁자지껄 마시다가 다리가 아파지면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집으로 돌아가는 시스템. 신림동에서 자취하던 시절 동네에서 혼자 장사하시던 실내 포차 남자 사장님 생각이 났다. 혼자서 술마시다가 심심하면 소설책을 들고가서 읽으며 마시기도 했는데, 사진 중에 소설로 추정되는 책을 읽는 아저씨 사전이 나와서 반가웠다. 

어디 돌아다니기 귀찮아하는 성격이지만, 죽기전에 오사카 다치노미는 한번 가봐야겠다. 

박찬일(지음), <짜장면, 곱빼기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세미콜론, 2021

1. 
세미콜론 출판사에서 '띵' 시리즈로 출간되고 있는데 시리즈에 대한 소개는 다음과 같다. 

 - 인생의 모든 '띵'하는 순간, 식탁 위에서 만나는 나만의 작은 세상

무슨 뜻인지는 알송달송하다. 출간된 시리즈들을 보면, 

1. 이다혜 : 조식
2. 미깡 : 해장음식
3. 한은형 : 그리너리 푸드
4. 이재호 : 프랑스식 자취 요리 
5. 김민철 : 치즈 

이후 박찬일의 짜장면이 14편이고, 이후로도 계속 출간되고 있는 듯 하다. 음식에 관한 에세이 시리즈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하다. 

2.
박찬일씨의 책을 좋아한다. 그의 문체는 담백하지만 기술의 발전에 대한 세심한 고려가 포함되는 등 실천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다만 최근에 나오는 책들을 보면 에전판의 개정 증보판이 많아지고, 여러명이 참여하는 공동 저작물이 많아지는 등 우려스러운 점들이 조금씩 눈에 띈다. 이번에 사본 책 중에서 이책과 <오사카는 기꺼이 서서 마신다>까지는 괜찮았다. 여행 다니기를 꺼려하는 나로서는 누군가 맛있는 음식을 찾아 다니면서 남긴 기록들을 읽으면 대리 만족이 느껴지는 것 같다. 띵 시리즈의 '해장음식'과 '평양냉면'도 주문해 두었다. 

토니 주트, 티머시 스나이더 (지음), 조행복(옮김), <20세기를 생각한다>, 열린책들, 2015

* 선생님의 '20세기 읽기'를 공부하고 다시 도전해야겠다.  5장부터 다시 읽기. 

"프롤레타리아가 역사의 동력으로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때 결국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1970년대 문화 연구와 사회 연구를 수행한 자들은 그 기계가 계속 작동하도록 만들 수 있었다. 방법은 간단했다. <노동자>를 <여성> 아니면 학생이나 농민, 흑인, 그리고 마침내 게이로, 실로 현재의 권력과 권위의 배치에 만족하지 않을 이유가 충분한 집단이라면 무엇으로도 바꾸어 놓으면 되었다." (208쪽, 5장 파리, 캘리포니아 : 프랑스 지식인)

바라트 아난드(지음), 김인수(옮김), <콘텐츠의 미래>(The Content Trap), 리더스북, 2017


  1.  이 책은 음악, 신문, 책, 텔리비전, 영화, 광고, 교육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디지털 변환(digital transformation)에 중점을 주고 있다. (14쪽, 시작하는 글)
  2. 연결관계 : 상황을 똑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소한 것들이 중요한 것들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다음의 세가지를 이해해야 한다. 우리가 하는 일이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과 점점 연계성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용자연결관계). 연관되어 있지만 보이지 않는 기회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현재 우리의 활동 무대 너머를 바라봐야 한다.(제품연결관계), 그리고 우리가 하는 일이 우리가 있는 곳에 의해 어떻게 영향받는지 깨달아야 한다.(기능적연결관계)
    1. 사용자 연결 관계 : 사건의 도화선보다 확산 원인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 (진정한 원인을 못 찾으면 폭망함)
    2. 제품 연결 관계 : 위협 요소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그나마 남은 것 지키다가 폭망함)
    3. 기능적 연결 : 다르다는 것이 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바람직한 이유 (매뉴얼대로 대응해서는 폭망함)
  3. 주목받기의 문제 : 매년 9,000만 개 이상의 웹사이트가 만들어진다. 진짜 깜짝 놀랄만한 수치는 이것이다. 2011년에는 이틀에 한 번꼴로 5엑사바이트의 콘텐츠가 생성되었다. 수치가 가늠이 되는가? 5엑사바이트exabyte는 지구의 탄생부터 2003년까지 인간의 입에서 나온 모든 말을 저장할 수 있는 양이다.(..) 채널이 900개가 넘고 수백만 개의 비디오 영상이 밀려오는 오늘날의 상황에서는 자기가 생산하는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기조차 쉽지 않다. 이런 현상을 '주목받기의 문제'라고 해두자. (35쪽, 이 책을 읽기 전에)
  4. 대가받기의 문제 : 노래나 영화는 음반사나 제작사가 발표도 하기 전에 이미 파일 공유 사이트에서 돌아다니는 일이 허다하다. (...) 이런 이유들 때문에 두번째 문제가 발생한다. 제공한 제품에 대한 비용을 부과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36쪽, 상동)
  5. (신문) 독자 수의 감소를 디지털의 영향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독자수는 60년 전부터 차츰 감소해왔으니 말이다. (...) 인터넷이 신문에 끼친 영향이 그 이전의 다른 요인들이 끼친 영향보다 크다고 단언할 수 없다는 것이다.(61쪽, 2장. 멸종위기에 놓인 신문사의 진짜 문제)
    1. 2000년부터 2010년 사이에, 미국 신문의 안내 광고 수익이 자그만치 75퍼센트나 감소했다. 39퍼센트 줄어든 소매 광고에 비해 감소량이 거의 2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2. 정리하자면 신문 뉴스와 온라인 뉴스 사이의 구독 결정은 독자 한 명 한 명이 개별적으로 하는 선택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반면 신문 안내 광고와 온라인 안내 광고 중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는 많은 이들의 선택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 그 결과 뉴스 전쟁에서는 기업의 규모가 아무리 커도 시장의 독자들을 (확보하기 위해) 일대일로 싸워야 한다. (반면) 안내 광고 전쟁에서는 양성 피드백 고리의 힘을 받은 선도자가 점점 더 많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다가 결국엔 전체 시장을 차지하게 된다. 
    3. 신문사의 잘못은 더 빠르게, 더 싸게, 더 나은 뉴스를 온라인으로 제공하지 못한 것이 아니다. 그런 잘못된 믿음은 콘텐츠 함정에 빠지는 지름길이다. 신문사의 진짜 잘못은 안내 광고에서 들어오는 수익을 보호하지 못한 것이고, 수익의 온라인 이동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이다. 또한 사용자들의 연결 관계를 잡아두는 경쟁에서 디지털보다 한발 늦은 것이다. (이상 65쪽, 상동)
  6. 이처럼 규모의 수익과 네트워크 효과의 수익을 혼동하는 문제는 흔히 발생한다. 규모의 수익은 고정비에서 나오지만 네트워크의 수익은 의사소통에서 나온다. (86쪽, 3장. 콘텐츠의 힘을 믿지 말고 연결의 힘을 믿어라)
  7.  <뉴욕타임스>는 사람들이 지불 장벽을 회피할 가능성에 대해 알고 있었다. 하지만 회피하는 데 드는 노력이 귀찮아 차라리 유료 구독을 택하게 되리라는 사실 또한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121쪽, 5장. 뉴욕타임스는 어떻게 유료화 장벽을 부쉈는가)
    1. 일요판 신문 + 모든 디지털 콘텐츠 사용 : 7.95달러/1주일, 모든 디지털 콘텐츠 사용 :8.85달러/1주일 → 일요판 신문의 구독자를 유지하여 광고 수익을 유지하려는 차익거래 price arbitrage 전략
    2. → 독자를 더 많이 끌어모으면 광고 수익은 더 늘어난다. 독자 수가 적어지면 수익도 줄어든다. 자 일요판은 가장 두껍다. 그래서 광고주들에게 가장 매력 있는 신문으로, 1주일 전체 광고 수익의 50퍼센트를 차지한다... <뉴욕타임스>가 일요판 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1달러를 지불할 정도로 중차대한 일이었다는 말이다.  
    3. 돈을 낼 의향이 있는 사람들에겐 요금을 부과하되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겐 열려 있는 상태를 유지하고 싶었습니다. 계속 열어놓으려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그러지 않으면 광고 수익을 잃을 테니까요. 둘째는 방문객들도 언젠가는 구독자가 될 수 있으니까요. (데니스 워런, NYT 디지털전환 선임관리자)
    4. 페이스북이나 구글을 통한 회피 방법을 다 알면서도 일부러 내버려두었어요. (...) 애초부터 회피 방법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돈을 내고 구독할 마음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니까 구독료는 일종의 수수료인 셈이죠. (데이비드 퍼피치, NYT 상품담당 임원)
    5. 2006년에 실시했던 지불 장벽은 이 질문으로 시작했다. "우리 콘텐츠의 어떤 부분이 독점적인가?" 그러나 2011년의 지불 장벽은 그때와 다른 점에 초점을 맞춘다. 고객마다 그 답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전체 디지털 콘텐츠 묶음을 하나의 가격으로 책정하고 고객들이 원하는 기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아마도 더 나을 것이다."
  8. 묶음판매가 케이블 사업자의 수익 증가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시청자에게도 도움이 된다니 말이다. (139쪽, 6장. 순한 양이었던 넷플릭스는 어떻게 늑대가 되었나) 
    1. ESPN과 Food Network 측에서는 아라카르트 방식(원하는 채널만 결제)으로는 채널 충성도가 정말로 높은 시청자만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에 가격을 현재와 동일하게 유지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케이블 사업자는 주요 시청자 층을 놓치지 않는 선까지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있고, 이는 시청자들에게 불리한 상황을 만들어낸다. 
    2. 시청하는 채널이 많은 시청자일수록 손해가 커진다. (...) 그리고 전체적으로 개별판매를 통해 시청자가 누리는 채널 선택의 유연성은 높은 가격으로 인해 상쇄되고 만다. (143쪽, 상동)
  9. 덤 파이프의 역설(The Dumb Pipe Paradox, 크레이그 모펏) :  케이블 사업자가 단순히 연결을 제공해주는 역할만 하기에 사업성이 불투명하다는 통념에 대한 반대의 견해 
    1. 더 낮아진 콘텐츠 구입비용, 더 저렴한 설비 투자, 잠재된 가격인상과 가격 차별화 가능성, 이렇게 세가지 주장을 내세우며 모펏은 "덤 파이프 시나리오가 현재 사업 시나리오보다 실질적으로 더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2. "현재 우리는 석유나 가스로 움직이는 차에서 전기 차로 놀라운 변신을 앞두고 있다. 그래서 더 이상 도로가 필요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건 정말 불합리한 추론인 거죠. 
  10. 뉴스 : 예전에는 뉴스가 사람들을 '중요한 것' 앞으로 데리고 왔다면, 이제는 당신이 '중요한 것'을 사람들 앞에 데리고 와야만 합니다. 유통 흐름이 바뀐 거죠. 이는 곧 포털 사이트의 사망을 뜻하고요. (158쪽, 7장 인터피디아는 실패하고, 위키피디아는 성공한 이유)
    1. 흔히들 그런 사이트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가 수많은 블로거를 포함해 누구나 콘텐츠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성장의 비밀은 콘텐츠 제작이 아니라 공유에 있다. (158쪽, 상동)
    2. 대중을 기반으로 하는 실험들이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단지 누구나 기여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올바른 기여만 선택하도록 디자인 되었기 때문이다. (168쪽, 상동)
  11. 출판(고정비) : 종이책과 관련해서 살펴보면 여러 분야에 고정비가 있습니다. 인쇄를 돌리는 생산부서, 생산과정을 지원하는 시스템, 유통센터 등에 고정비가 발생하죠. 그래서 인쇄 부수가 줄면 1부당 생산비용이 올라갑니다. e북이 점점 더 중요해진다 해도 종이책을 병행하는 한 인쇄와 디지털 두 부분을 모두 지원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174쪽, 8장. 고정비라는 불씨를 관리해 번지는 산불을 막다)
    1. 우리(펭귄랜덤하우스)가 다른 출판사들의 아웃소싱 파트너가 되기로 한 겁니다. 많은 출판사가 고정 인프라를 없애고 유통을 아웃소싱하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걸 이용해 사업을 확장하자는 거였죠. 그 서비스를 우리가 경쟁하지 않는 이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우리 총매출과 순이익에도 도움이 됩니다. (184쪽, 상동)
  12. 음악 : 15달러 짜리 CD 한장을 팔면 가수는 겨우 1달러 정도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음반사가 챙긴다. 하지만 입장료가 100달러인 콘서트를 하면 가수는 자기 몫으로 관객 한 명당 50달러 이상을 가져갈 수 있다. 애초에 음악인들은 평균적으로 수입의 70퍼센트를 콘서트에서, 10퍼센트를 CD에서 얻었다. (...) 음악인들이 CD 판매가 감소해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듯 보이는 이유는 처음부터 CD로 그리 많은 수입을 벌어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정한 수입원은 콘서트였고 이제 라이브 콘서트가 붐을 이루고 있다. (230쪽, 12장. 산업의 종말이 아니라 가치가 이동한 것일 뿐이다)
    1. 2002년 보위는 CD 판매 하락과 파일 공유 증가에 대해 "음악이 수돗물이나 전기처럼 되어가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예술가의 입장에서 보위는 "가수라면 계속 공연 다닐 준비를 해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제 남은 건 그것밖에 없으니까" 라고 조언했다. (233쪽,상동)
    2.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이전에 콘서트란 CD 판매를 효율적으로 광고하기 위한 도구였다. 그러나 파일 공유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후에는 그 관계가 뒤바뀌었다. CD가 라이브 콘서트의 이상적인 보완재이자 광고 도구가 된 것이다. (234쪽, 상동)
    3. 만약 당신이 음반사 임원이고, 당신의 비즈니스가 CD 판매 수량에 좌지우지된다고 생각한다면 젊은이들을 나무라도 상관없다. 하지만 당신의 사업이 음악 그리고 그와 관련된 모든 보완재(MP3 플레이어, 콘서트, 브로드밴드 등)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젊은 사람들이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235쪽, 상동)
    4. 음악 산업의 사망 선고는 너무 일렀다. 죽기는커녕 오히려 지난 10년간 음악 산업은 수십억 달러의 가치를 창출해냈다. 단지 가치의 재분배가 일어났을 뿐이다. 음반사에서 음악가로, 소매 판매점에서 기술 제조사로, CD에서 라이브 콘서트로 가치가 옮겨갔다. 녹화된 음악에 있던 가치가 음악의 보완재로 이동한 것이다. (236쪽, 상동)
    5. 잡스는 보완재의 가격 책정에 있어서 흠 잡을 데 없는 솜씨를 보여주었다. 하나의 제품(아이튠즈)을 사용하기 쉽게, 싸게, 널리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서 그 제품의 보완재(아이팟)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도록 만들었던 것이다.(243쪽, 상동)
  13. 스포츠중계권 : 스필오버(spillover, 파급효과)는 20년 이상 스포츠 중계권의 가격 상승을 유발했고, 오늘날까지 계속해서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수많은 프로그램과 채널에 따라 시청자가 갈리면서 대부분의 황금시간대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낮아지고 있다. (...) 하지만 스포츠 프로그램은 본방 사수 프로그램이라서 시청자가 갈리는 일이 거의 없다. 드라마는 1시간 늦게 봐도 별로 잃을 것이 없지만, 스포츠 경기는 1시간 늦게 보면 안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306쪽, 16장. 수억 달러 적자를 감수하고 폭스가 NFL 중계권을 인수한 이유)
    1. 하지만 더 자주 성공을 거두는 쪽은 제품에 집중했을 때가 아니라 제품 연결 관계에 집중했을 때다. 프랜차이즈, 후속작, 커버, 똑같은 이름의 앱, 수직적 통합, 묶음판매, 거꾸로도 미치는 스필오버, 트래픽 머신은 모두 주목받기 어려운 상황에서의 대처방식이다. (338쪽, 17장.)
  14.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 독자들은 미디어 회사들이 많은 비용을 들여가며 결합시킨, 잘 큐레이션된 작품보다 단일한 기사들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어 킨들과 아이패드가 등장하면서 독자들에게 읽을거리에 대해 더 많은 자율권을 부여하자 이상한 현상이 발생했다. "큐페이션된(편집된) 패키지가 다시 가치를 얻기 시작한 겁니다."(347쪽, 17장)
    1. "우리는 PC를 쓸 때 뒤로 기대는 활동을 합니다. 그리고 아이패드를 쓸 때는 이메일이나 페이스북, 트위터를 이용할 때처럼 앞으로기대는 활동을 합니다. 이게 제 말의 요점입니다. 기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Use case, 즉 시스템의 쓰임새가 중요하다는 말이죠."
  15. 중요한 것은 지키기 위해 확장하는 것이다. (372쪽, 19장)
  16. 이런 차이 때문에, 가격 책정과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에 반응하는 속도에 있어서 반직관적인 결정이 나오기도 했다. 온라인상에서는 <이코노미스트> 기사의 상당 부분을 무료로 읽을 수 있다. 하지만 태블릿에서는 150달러가 넘는 구독료를 지불해야만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다. (...) 콘텐츠의 차이가 아니라 여러 플랫폼에 걸쳐 독자들이 서로 다른 경험을 한다는 사실에 기반을 둔 대응이다. (...) <이코노미스트>의 기사 하나를 골라 읽어보면 다른 곳에서도 유사한 콘텐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가 제공하는 스타일, 일관성, 지위를 똑같이 재생산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점들을 이해해야만 다음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다. 소비자 경험이 콘텐츠 품질보다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 말이다. (394쪽, 20장. 이코노미스트의 성공 전략은 왜 뉴스위크를 망하게 했는가)
  17. 기능적 연결 관계 : 조직의 선택들은 연결되어 있다. 기능적 연결 관계는 어느 한 가지 결정이 미치는 영향을 증폭시킨다. (...) 요컨대 연결 관계는 비즈니스 전략과 경쟁 우위의 핵심인 것이다. (407쪽, 21장. 정신없이 남의 뒤만 따라가다 낭떠러지를 만날 수도 있다)
    1. 월마트가 50년 넘게 지속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경쟁업체보다 더 '나은' 혹은 더 '스마트한'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이 내린 결정들이 너무나도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411쪽, 상동)
    2. 1996년에 포터는 "완벽한 포지션이 오직 하나밖에 없다면 전략이란 게 필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회사는 오로지 그 포지션을 발견하고 차지하는 경쟁에서 이기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전략적 포지셔닝의 진정한 핵심은 경쟁사들과 다른 활동을 선택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415쪽, 상동)
    3. 에드워드 존스가 장점을 지니는 이유는 어쩔 수 없는 트레이드오프의 극복 방법을 알아냈기 때문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트레이드오프를 하기 때문이다. (416쪽, 상동)   
  18. 콘텐츠 하나하나가 모이다 보면 일관된 방향이 나타날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라는 말이다. 당신이 성취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서부터 시작하라. 목표를 명확히 하고, 그다음에 개별 기능들이 불러올 결과나 영향을 생각하라. (450쪽, 23장. 적어질수록 많아지고, 버릴수록 채워지는 성공의 역설)
    1. '개별적 선택이 아닌 통합된 선택으로 대안을 표현'하면 된다. (...) 하지만 어떻게 처음부터 통합된 대안을 만든다는 것인가? 통합된 대안을 만들려면 어떤 질문을 해야 하나? 그리고 어떤 식으로 우위를 창출해내는가?
    2. 하지만 어떤 경우에서든 전략과 관련해서 대답해야 할 두 가지 질문이 있다. 당신은 누구를 상대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이길 것인가? (450쪽, 상동)
    3. "전통적인 회사들이 종종 실패하는 이유는 현재 지니고 있는 것에 매달리기 때문입니다. 현재 상태의 위험도를 수량화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현재에 매달리는 겁니다. 그리고 현재 상태의 위험을 객관화해본 적이 없는 이유는 명확한 세계관이 없기 때문이죠." (454쪽, 상동)
    4. "문제는 재미있는 것을 중요하게, 그리고 중요한 것을 재미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지 콘텐츠가 아니라 시청자를 더 잘 이해해야 한다는 말 속에 답이 있다. (479쪽, 상동)
  19. 위쳇 뉴스(12시간에 4개의 뉴스만 제공) : '위쳇에 있는 미디어 제품으로 어떻게 사용자를 끌어모을 것인가,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점에서 우리는 남들과 다르다고 봅니다. 디자인 특징 중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더 적은 것이 더 좋다는 아이디어입니다. 그점 때문에 뉴스 서비스가 특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들은 개인화를 원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다 읽는 중요한 뉴스를 원하는 거죠. 북적대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간소한 것을 찾는 거죠. 방해받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큐레이션을 원하는 거에요. 제가 사용자에게 "여기 당신을 위해 훌륭한 <뉴욕타임스> 기사가 있습니다"하고 메시지를 보내면 그 사람이 당장 그 기사를 보고 싶어할까요? 보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예전에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었죠." (493쪽, 상동)
  20. 광고 : 타겟팅, 측정, 상호작용의 기능은 인터넷 광고를 급속하게 향상시킬 것이다. (...) 인구 통계정보와 소셜 그래프, 행동적 정보에 기반을 둔 일대일 실시간 타겟팅은 광고의 무한한 잠재성을 약속하다. 이 예상들은 모두 전문가들이 테이터와 차트를 인용해 내놓은 것들이었다. 그리고 이 예상은 모두 틀린 것으로 드러났다. (506쪽, 25장. 사이언톨로지교 광고가 일으킨 파란)
    1. 사용자 앞에 무조건 많은 광고를 들이밀어서 시선을 끌고 반응해 주기를 기다리는 행태에서는 광고의 미래를 찾을 수 없다. 늘 했던 똑같은 질문, 광고 효과가 무엇이며, 어떻게 효과를 낼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왜 광고가 조금이라도 효과가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효과가 발생하는지, 이해해야 한다.(509쪽, 상동)
    2. '역의 인과관계 오류 reverse causation 또는 내생성 문제 endogeneity problem, 광고 노출이 제품 구매를 야기하는 것인가, 아니면 고객의 선호도가 광고 노출과 제품 구매라는 두 가지 결과로 나타나는 것인가? 이는 매우 핵심적인 질문이다. (511쪽)
    3. 검색 광고의 전체 수익률은 어땠을까? 이 연구는 "광고에 의해 구매 행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 항시 이용자들이 광고 비용 대상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달리 말해서, 유료 검색은 돈 낭비일 수밖에 없다. (516쪽, 상동)
    4. 유명 브랜드를 가진 대기업이라면, 이베이와 마찬가지로 내생성 논리가 유료 검색 효과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연구는 말하고 있다. 자주 찾는 고객이 거의 없는 덜 알려진 브랜드 또는 새로운 제품을 보유한 회사 입장에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회사 인지도를 높이거나 회사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제공한다는 점에서 유료 검색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517쪽, 상동)
    5. 대중에게 신뢰받고 고품격으로 인정받은 사이트나 잡지는 잘못된 광고 선택으로 신뢰성을 잃을 수 있다. 반면 대중적 관심도 받지 못하고 품질도 낮은 사이트나 잡지에서는 어떤 광고라도 신뢰성을 주는 도구로 작용할 수 있다. (533쪽, 상동)   
    6. 광고 에이전시는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미래를 맞이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핵심은 보완재의 힘이 그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드러낸다는 점이다. 제품을 팔기 위해서 보완재를 무료로 나눠준다. 그리고 광고 에이전시들이 이 부분에서 깨달아야 할 중요한 교훈이 있다. 자신의 핵심 비즈니스가 다른 누군가의 보완재가 될 때는 정신을 차려야 할 때라는 것. 사실 이 교훈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다
  21. 교육 : 칸은 (교육이) 여느 미디어나 엔터테인먼트 제품과 마찬가지로 정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교육은 '비경합적 non-rivalry'이다. 어떤 지식이든 수백만 명의 사용자가 동시에 받아들일 수 있다. 교육은 또한 '비배제적 non-excludable'이다. 무료로 그리고 동시에 세계로 배포되는 구조하에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변하고 있다.  
    1. "우리는 콘텐츠 제작과 능동적 학습에 97퍼센트의 노력을 기울이고, 사회적 학습에는 3퍼센트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제는 이를 완전히 뒤바꿔 사회적 학습에 97퍼센트, 콘텐츠에 3퍼센트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612쪽, HBX 사이트 구축 과정 중)
    2. 상상을 해본다. 학생들이 있는 곳을 보여주는 글로벌 맵으로 플랫폼을 연다.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 우리 시스템에서 자신의 이름을 숨기거나 다른 이름을 사용하는 일은 없다. 프로필 사진도 나온다. 학생들에게는 자신에 대해 많은 정보를 제공하도록 한다. 모든 사람의 대답을 반영하기 위해 대화 공간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한다. 이렇게 작아 보이는 차이가 학습에는 큰 도움을 줄 것이다.(613쪽, 상동)
    3. 콜드 콜(교수의 갑작스런 질문)이 그토록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이러한 사회적 압력 때문이다. 많은 학생들이 "교수 앞에서 창피당하는 것보다 친구들 앞에서 창피당하는 걸 훨씬 두려워한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사회적 학습의 강력한 효과를 HBX에 담아낼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했다.(614쪽, 29장. 교실 학습과 온라인 학습의 결합이 열어갈 교육 신세계)
    4. 이는 HBX 설계를 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문제였다. 우리는 참여도와 스케일, 둘 다 원했다. 그리고 교수진과의 실시간 상호 교류를 피하는 방법만이 두 가지를 모두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621쪽, 상동)
    5. 연말이 되자 우리는 여러 면에서 '무크 모델'과는 다른 방식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선별적 대 개방적, 소유권이 있는 플랫폼 대 공동 플랫폼, 통제적인 접근 대 유연한 스케줄, 실명 대 가명, 유료 대 무료, 이처럼 여러 면에서 우리 모델은 무크 모델과 달랐다. (...) 시작점이 달랐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로 보는 것이 옳다. 우리의 시작점은 사례연구법이었다. 매번 선택의 순간마다 학생 중심의 학습이 기준으로 작용했다는 말이다. 우리 모델이 다른 이유는 연결 관계 때문이다. (625쪽, 29장. 교실 학습과 온라인 학습의 결합이 열어갈 교육 신세계 )
    6.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집중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학업 동기부여, 잠재력, 장려책, 애로사항 등에 대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런 부분들이 너무나도 쉽게 무시되고 외면당해왔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콘텐츠를 개발하고 최고의 커리큘럼을 제공하여 누구나 접근이 쉬운 환경을 조성하기만 하면, 저절로 좋은 성과가 이루어진다는 생각은 콘텐츠 함정에 빠지는 지름길이다.(651쪽, 30장. 미네르바 프로젝트에 우수 인재가 몰린 이유는 따로 있다)
  22. 결론 : 내 글의 핵심 개념은 이렇다. 콘텐츠를 창출하는 과정에 있어서 앞의 사례처럼 완전히 바뀐 분야가 있다. 반면, 책을 쓴다거나 공연하는 일처럼 크게 변하지 않은 영역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경우들에서 콘텐츠 관리는 몇 년 전 상황과 크게 달라졌다. 그 이유는 연결 관계 때문이다. (654쪽, 맺는 글)
    1. 연결 관계를 창출하라, 지키기 위해 확장하라, 남들을 따라 하지 않을 용기를 가져라. 이 얼마나 간단한 아이디어인가. 그럼에도 우리는 종종 이와 정반대로 행동하며 함정에 빠져들고 만다. (660쪽, 상동)

최영근(지음), <상상의 세계를 현실로 만드는 게임 기획자의 일>, 문학과지성사, 2022

  1. 그렇다면 왜 게임이  21세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마어마하게 커진 걸가요? (...) 제가 내리는 답은 바로 '스토리 텔링 플랫폼으로 발전을 이루어서' 입니다 (41쪽, 4장. 게임이라는 대중 예술 ) 
  2. 이것은 명백히 공상입니다. 현실화할 수 없기 때문이죠. 게임 기획자는 '구체적인 작업 명세를 기획하는 사람'입니다. 위 대화에서 A의 아이디어가 실체를 갖추려면 먼저 명세화한 문서가 도출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본인의 아이디어를 줄글로 적은 문서는 의미가 없습니다. (62쪽, 5장. 즐기는 것과 만드는 것의 차이)
  3. 신입 게임 시나리오 기획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게임의 장르, 플랫폼, 콘셉트, 전체 방향성, 타깃 유저층, 목표 일정 등 신작 게임을 위해서 고려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심지어 회사 상황, 인력 상황, 시장 상황 등이 모두 맞물려 있기 때문에 디렉터나 회사의 의사 결정권자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즉 디렉터나 회사의 의사 결정권자가 큰 방향성을 결정하고, 그에 맞춰서 고려할 사항들을 다양한 부서와 논의한 다음 팀 세팅 계획까지 마쳐야 이후 이 프로젝트에 합류한 게임 시나리오 기획자에게 업무 지시가 떨어진다는 얘기입니다.(96쪽, 8장. 스토리를 다루는 게임 기획자)
  4. 극단적으로 말해서, 게임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프로그래머나 그래픽 디자이너는 있을 수 있지만 게임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기획자는 있을 수 없습니다. (104쪽, 상동)
  5. 가장 간단하고도 구체적인 실천 방법은, 최근 15년간 GOTY(Game of the Year)에 선정된 게임들을 한 편당 최소 네 시간씩 플레이 하는 것입니다. 훌륭한 게임들을 플레이 하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경험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109쪽, 17년차 레벨 디자인 기획자 인터뷰)
  6. (게임) 기획서란 '그냥 머릿속에 떠로은 것만을 정리한 문서'가 아니라, ' 나 이외의 실무자들이 지침으로 삼아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작업 명세를 작성한 문서'입니다(제일 중요한 요소는 '구체화'입니다). (141쪽, 11장. 포트폴리오?포트폴리오!)
    1. 역 기획서(레시피)는 이 퍼즐을 완전히 확 쏟아놓은 다음, 도안을 보며 처음부터 다시 맞추는 것입니다. 
    2. 분석서(맛집탐방기)는 이미 맞춰져 있는 퍼즐에서 하나하나를 순서대로 떼어내는 것입니다. 
    3. 기획서는? 완성되어 있는 퍼즐 자체가 없습니다. 완성된 도안만 내 머릿속에 있고, 그 도안을 퍼즐이라는 실체로 만드는 작업무터 해야 합니다. 그래서 역기획서는 분명 어렵지만, 기획서보단 쉬운 것입니다. (이상 144쪽, 상동)
    4. '우리 이거 한번 만들어보죠?'라고 쓰기에 제안서는 책임이 매우 무겁습니다. 제안서는 '고유 재미'와 '상업성'을 다루며, 당연히 양쪽 모두에서 전문성을 만족해야 합니다. 147쪽, 상동)
  7. 지금 이 세계를 살아가는 고객들은 게임을 통해 '경험'보다는 '감정'을 얻고 싶어 하는데 이 감정은 '성장 경험'으로부터 오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대중 엔터테인먼트인 게임은 현실 속 나와는 분리된 게임 속 플레이어 캐릭터의 성장, 그리고 성장을 통해 특정 가정에 도달하는 과정을 요구받고, 이에 따르고 있습니다. (210쪽. 18년차 시스템 기획자)
  8. 밖에서 바라본 게임 개발은, 우리가 사랑하는 무언가를 직접 만드는 낭만적이고 매력 있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이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자기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의 한계가 머지않아 찾아오며, 개인이 이 커다란 프로젝트와 거기 함께하는 모두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는 끔찍할 만큼 많은 체력과 정신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 행복해지기 위해 일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일이 시시각각 나를 파괴하려 드는 이 이상한 세계에서 정신을 가다듬고 버텨나가야 합니다. 다른 모든 일들도 마찬가지이지만, 만약 게임을 좋아한다면 이것이 직업이 되었을 때 내게 행복을 가져다줄지, 정신의 파괴를 가져다줄지 한 번쯤은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제 정신은 반은 파괴돼 있고 나머지 반은 환희를 느끼는 이상한 상태랍니다.(212쪽, 상동)

김윤정(지음), <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 다산북스, 2020(3쇄)

그저 그런 '창업 성공비결'이나 '열심히 공부하면 시험 잘본다'는 당연한 말만 들어있는 책이 아니다. 몇구절만 봐도 알 수 있었다. 

- "어떤 작업을 묵묵히 반복하다 보면 근육 하나하나가 자동으로 반응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몸에 밸 정도가 되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습득이 이루어져 자기만의 것을 만드는 경지에 이릅니다. 남편이 요리를 해온 과정을 돌아볼 때도 그런 생각이 듭니다. 남들이 따라 할 수 없는 자신만의 세계가 담긴 음식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하찮고 단순해 보이는 반복적인 노동이 무수히 쌓인 결과였지요. 이 사람이 보여준 진심의 힘이었습니다.

'사소하고 지루한 것의 반복으로 진심을 담는다'

인생의 비밀은 어쩌면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236쪽)

- "이 책의 인세 절반은 결식아동을 지원하는 데 쓰입니다."(면 4)

현장법사(원역), 지뿌(지음), 김진무(옮김), <반야심경>, 일빛, 2015

선생님께서 중국사상사를 2년 동안 강의하셨을 때 '반야심경'을 문구 하나하나까지 자세히 가르쳐주신적이 있었는데, 그때 반야심경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이 책을 읽으라고 추천하신 적이 있었다. 그때 사두고 이제야 읽게되는 반야심경 해설서. 중국에서 출간된 책을 번역한 책인데, 상세한 도해와 충실한 설명이 있어 나와 같은 입문자가 공부하기에 적합한 책이다. 읽으며 적어놓은 사항 몇가지. 

- 반야심경은 5세기초 구마라집에 의해 번역된 이래로 총 11차례 한역되었다. 이 중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현장법사의 번역본도 포함되어 있다. 
- 반야심경의 번역본 중 본문만 옮겨진 '약본'은 2종, '광본'이 5종이 있다. 
- 약본 중 구마라집의 번역본이 '마하반야바라밀대명주경', 현장의 번역본이 '반야바라밀다심경'이다. 
- 반야심경은 600권의 <대반야경> 중 421권, 429권에서 추려낸것으로 이 책들은 부처입멸후 수백년이 지난 후 진행된 2차 결집의 결과물이다. 

- 반야심경의 핵심인 '공'(sūnya)의 의미
  : 세간의 일체 현상은 모두 각종 조건들이 모여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조건이 변하게 되면 현상도 역시 그것에 따라 변하는 것이며 본래 진정한 실체는 없음을 의미 
- 中觀 : 공과 색은 모순적인 대립이 아님을 의미한다. 
- 반야심경 말미의 주문의 의미
 : " 오묘한 반야의 도리는 분명하게 언어로 드러낼 수가 없고 오직 은밀하게 체득되기 때문에 주라고 하는 것이다. '주呪'라는 글자 속에는 이미 '신神'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289쪽)

리처드 곰브리치(지음), 송남주(옮김), <곰브리치 불교강의>, 불광출판사, 2022(2쇄)

원제 : What the Buddha thought
번역본 부제 : 붓다 사유의 기원과 위대한 독창성 

0. 
저자 리처드 곰브리치는 그 유명한 '곰브리치'의 아들이며 옥스포드 불교학 센터를 설립하고 영국불교학협회 회장을 맡기도 하는 등 불교학 연구에 대한 세계적인 권위자라고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한자를 통한 불교 이해가 아니라 빨리어를 직접 제시하는 등 쉽게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을 읽을 수 있었다. 

1장. 붓다는 왜 위대한 사상가인가
- 제법무상 : 구성된 것들은 모두 무상하다 
** 논어를 영어로 읽게되면 한자로 접하는 것과 매우 다른 느낌을 받게 되는데, 부처님 말씀들도 그러했다. 익숙한 용어에서 벗어나면 다른 관점이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 독창적 사상가로서 붓다를 알기 어려운 이유 
1) 브라만교와의 대결을 통해 자신의 사상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구분이 힘들어짐, 특히 비유와 반어의 사용으로 오해의 여지가 많았음
2) 중국으로 전파되면서 특히 선종의 영향으로 신비주의로 해석되었음 
- 붓다 사상의 특징 : 실용주의적 경험론
- '무엇이 존재하는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경험할 수 있는가'를 질문함

2장. 업설과 사회적 배경
- 토지를 소유한 농부 : 새로운 정치적 구성원이자 불교의 평신도 지지자 
- 業 : "업이 완전히 윤리화 된다면 전 우주는 윤리의 장이 될 것이다"(65쪽)
** 붓다는 브라만에서 제의적 의미에 불과하던 '업'의 의미를 개인의 윤리적 의도로 바꾸어 해석함으로써 윤리적 책임의 원천을 각자에게 돌리게 되었다. 

3장. 브라만교에서 발견되는 업설의 선례
- 윤회의 윤리화 : 사회가 일정 규모를 넘어서서 이 세계에서 정의가 이루어 지는 것이 확인되지 않을 때 발생하기 시작. 일종의 '지연된 처벌과 보상'
- "행위의 영역과 그 결과인 경험의 영역으로 이루어진 이원적 형태가 폐지되고 전 우주가 윤리화되는 경우는 오직 불교뿐이다."(82쪽)

4장. 자이나교에서 발견되는 업설의 선례
- 업을 '의도'로 해석한 붓다의 견해는 자이나교에 대한 대응이었음
- "붓다는 윤회의 교리, 윤회로부터의 해탈, 해탈에 있어서의 윤리의 역할은 인정하였으나 '생명원소'의 존재 여부는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99쪽)
- "하지만 붓다는 브라만교의 제의를 부정한 것처럼 그러한 고행 또한 부정하였다. 왜냐하면 둘 다 외적인 것만을 다루었기 때문이다. 모든 중요한 것들은 마음에서 일어난다는 것이 바로 붓다의 위대한 통찰이었다."(124쪽)

5장. 붓다의 무아(No Soul)는 어떤 의미인가
- 세가지 근본질문에 대한 붓다의 대답 
 1) 무엇이 존재하는가 --> 우리는 무엇을 경험하는가
 2)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 마음속의 경험 
 3) 한 생에서 다음 생으로 이어지는 것은 무엇인가 --> 윤리적 의도인 업에 기반하여 우리 삶 전체에 걸쳐서 한순간에서 다음 순간으로 넘어가는 것 
 4) (추가한 질문) 어떻게 윤회의 고리에서 탈출할 수 있나
- "붓다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가 경험하는 무상함은 그것을 받아들임으로써만 제대로 대처될 수 있다. 우리는 자기 자신, 혹은 사랑하는 이들의 영구불변을 원하지 않아야 한다. 얻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헛된 욕망들을 멈추고자 한다면 당연히 이러한 근본적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동시에 지성을 훈련해야 한다. 이 두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불교의 명상이다. 우리는 우리의 온 정신을 삶의 본질에, 즉 우리 자신과 사랑하는 이들 모두가 결국은 죽는다는 사실을 포함한 그 실제에 적응시켜야만한다."(153쪽)

6장. 붓다의 긍정 가치관, 자비 
- 4무량심 : 자, 비, 희, 사 
- "붓다는 사랑, 연민, 공감의 기쁨, 평정이 열반에, 최상의 지복에 그리고 윤회로부터의 해방에 이르는 직접적인 방도임을 천명하였다."(182쪽)

7장. 증거 문헌의 검토 
- 문헌화된 정전으로서의는 빨리어본이 정전
- 초전법륜 : 붓다를 따라 처음으로 불교에 귀의한 다섯승려에게 전하는 설법으로 최소한 2차 결집까지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추정 

8장. 모든 것은 불타고 있다 : 붓다 사상에 있어서 불의 중요성 
- "모든 것은 욕정貪, 증오瞋, 미혹癡에 불타고 있는 것이다."(223쪽)
- "그 불들은 감정적(욕정과 증오)일 뿐 아니라 지적(미혹, 어리석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불변하는 자아에 대한 자만과 믿음은 불들의 근본적 연료이었으므로, 그것들이 제거된다면 불 또한 꺼질 것이다."(247쪽)
- '작용' : 통상적으로는 존재로 여겨지던 것을 작용으로 이해, 대표적인 것이 불의 비유 (원인에 의해 조건지어진 작용)

9장. 인과율 그리고 비우연적 작용
- 연기, 의존적 발생의 연쇄 
- '어떤 것의 근원을 심사숙고한다' : 붓다가 자신의 돌파구를 찾은 방식 
- "붓다가 가르친 바는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현상, 혹은 열반을 제외한 우리의 모든 경험은 인과적으로 조건 지어져 있다는 것이다."(279쪽)
- "업의 진정한 의미는 모든 개인이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 준다는데 있다."(279쪽)

10장. 인식, 언어 열반
- "우리의 세계는 우리가 경험하는 바이며, 그 세계는 변화, 형성, 작용의 세계이다. 그 세계는 우리의 인식 기관에 의해 구성되며, 조건지어져있다. 그러나 구성된 것이 아닌 것이 단 하나 있는데 그것은 스스로 존재한다. 그것이 열반이다. 열반은 단지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열반은 있다. 열반은 원인으로부터 일어나지 않는 유일한 법이다."(302쪽)
- 중국에서 시작된 불교전통은 존재와 비존재간의 중도를 가르쳤고, 이에 대해 저자의 비판은, 
 "붓다가 통상적인 논리규칙을 무시했다는 믿음으로 변질되었다."(310쪽)
** 고익진, <불교의 체계적 이해?>
-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인간의 현실적 존재를 분석적으로 관찰하여 괴로움의 원인을 밝혀 그 해결책을 마련해 주는 아함경의 복잡한 교설은 모든 것이 공하다는 반야경에 이르고, 이것은 다시 불교의 궁극적인 목적은 성불과 중생교화에 있다는 법화경의 교설에 이르는 것을 알았습니다."(3쪽)
** 저자는 중관학파나 선종에 비판적 자세를 보여주며 대승 불교에 대해서도 간략한 소개에 그치고 있다. 이는 이 책의 주제가 '붓다의 사상'이므로 붓다 사후 전개된 불교사는 이 책의 범위가 아니라는 판단 때문일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불교의 '중도'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하는데 이 부분은 향후 공부의 주제로 남겨야 할 것 같다. 

11장. 붓다의 실용주의와 지적 성향
- "그러므로 내가 설명하지 않은 채 남겨둔 것은 설명되지 않은 채로 기억하고 내가 설명한 것은 설명한 대로 기억하다. (...) 왜냐하면 그것들은 유익하지 않고 열반으로 인도하지 않기 때문이다."(324쪽)
- '참이자 동시에 유익한 것' : 붓다가 추구한 것
- "붓다의 접근법은 위대한 이론과 이상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점을 직시하고 그것을 바로잡고자 노력하는 것이었다."(342쪽)

12장. 붓다의 풍자, 비유로서의 브라만교 용어들

13장. 이 책은 믿을만한가


로버트 하일브로너(지음), 장상환(옮김), <세속의 철학자들>, 이마고, 2012(4쇄)

0. 역자 후기
- 1953년 초판, 1999년 7판 (저저는 1919년생으로 34살 --> 80살에 개정)
- '세속 철학' worldly philosophy 
  : 인간행위 가운데 가장 세속적인 부분, 즉 부를 향한 욕구를 포괄하는 철학을 지칭 

1장. 서론
- '공통된 호기심' 
- "그들은 모두 물직적 부를 창조할 때와 그 몫을 차지하기 위해 이웃의 발을 밝고 올라설 때 취하는 동료 인간들의 행위를 탐구하는데 빠져들었다."(18쪽)

2장. 경제혁명 : 새로운 비전의 탄생 
- 경제 혁명 : 새로운 비전의 탄생 
  1) 국민적 정치 단위의 대두 (modern nation state), 2) 종교적 정신의 쇠퇴, 3) 도시의 발달, 4) 과학 

3장. 아담 스미스의 놀라운 세계 (1723~1790)
- 비전 : 완전한 자유의 체계
- "어떤 의미에서 아담 스미스의 비전은 합리성과 질서가 자의성과 혼돈을 누르고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18세기적 신념의 증언이다."(80쪽)
- '노동가치설' : 자연이 아니라 노동이 '가치'의 원천 
- <국부론> : 자기이익과 경쟁의 상호작용으로 작동하는 체제를 설명 

4장. 멜서스와 리카도의 우울한 예감 (1766~1834, 1772~1823)
- "스미스는 세계를 보고 그 안에서 위대한 협주곡을 찾아낸 반면 리카도는 가차없는 대립을 보았다."(107쪽)
- 멜서스가 다룬 쟁점은 '얼마만큼 존재하느냐'라는 문제라면, 리카도가 다룬 쟁점은 '누가 무엇을 가지느냐'

5장.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의 꿈 (로버트 오언 1771~1858, 생시몽 1760~1825, 푸리에 1772~1837, J S 밀 1806~1873)
- 오언, 1833년, 영국노동계급운동 공식 출범, "인간은 환경의 산물이라오"
- 밀, '자본주의는 개혁될 수 있다'
- "부의 분배는 사회의 법률과 관습에 달려 있다. 분배를 결정하는 법률은 공동체 내 다수 성원들의 의견과 정서에 따라 만들어지며, 시대와 나라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그리고 앞으로 인류가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더욱 다양해질 것이다."(170쪽)

6장. 카를 마르크스의 냉혹한 체계 (1818~1883)
- 비전 : '자본주의는 반드시 붕괴한다'
-"마르크스는 그를 향해 바쳐진 모든 우상숭배에도 불구하고 분명 무오류성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피할 수 없는 어떤 존재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하겠다."(222쪽)

7장. 빅토리아 시대의 경제학과 지하세계
- "갑자기 자본주의는 더 이상 지속적인 긴장상태에 있는 역사적인 사회운반체(vehicle)가 아니라 정태적이고 역사가 없는 조직형태로 이해되었다.(233쪽)
- "마셜은 경제학의 목적을 어떻게 균형가격에 도달하는가 하는 문제를 설명하는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사회질서를 각자가 자신의 '효용'을 추구하는 개인들의 집합으로 간주할 뿐, 경제학의 목적이 모든 계급사회에 구조를 제공하는 권력과 복종의 관계가 어떻게 발생하게 되는지를 설명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276쪽)

8장. 베블런의 눈에 비친 야만 사회 (1857~1929)
- <유한계급론> (42세, 자본가들의 돈의 추구를 약탈적 야만인의 태도로 설명)
- 현대 세계의 사회적 변화의 주된 동인인 기술과 과학출현을 예견 

9장. 케인스의 이단론 (1883~1946)
- "경제학자는 어느 정도는 수학자, 역사가, 정치가, 철학자가 되어야 한다. 상징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또 그것을 말로 표현해야 한다. 보편적인 건에 비추어 특수한 것을 생각해야 하고, 추상과 구체를 동시에 고려하면서 다루어야 한다. 미래에 지향할 목적을 위해 과거에 비추어 현재를 연구해야 한다."(377쪽)

10장. 슘페터의 모순 (1883~1950)
- 이윤은 어디에서 오는가 : 혁신 (정태적 경제 속에서 순환적 흐름이 판에 박힌 코스를 따르는데 실패할 때)
- "이러한 혁신의 결과, 노동이나 자원 소유자의 기여로 돌릴 수 없는 소득의 흐름이 생겨난다."(391쪽)
  : 기업가와 그들의 혁신활동이야말로 자본주의 체제에서 이윤의 원천 
- "그는 자본주의가 곧 망한다고 생각한 당대 좌파의 무모한 기대, 적절한 정부 지출이 문제를 영원히 교정할 것으로 믿었던 당대 중간파의 순진한 희망 그리고 우리가 노예제의 길로 향하고 있다고 본 우파의 암울한 예감 등을 한순간에 부끄럽게 만들었다."(402쪽)

11장. 세속철학의 끝?
- 자본주의 : 민간, 욕구, 시장
- 현대 경제학에서 '과학'의 부각과 '자본주의'라는 용어의 소멸현상 





호메로스(지음), 김기영(옮김), <오뒷세이아>, 민음사, 2022

<오뒷세이아>를 처음 읽은게 2010년인데, 12년이 지나서 새 번역으로 다시 읽게 되었다. 

예전에 읽었다는 기억이 있지만 주요 골격을 빼면 세부적인 내용들은 거의 다 잊어먹고 있었는데, 다시 읽어보니 처음 읽었을 때보다 박진감이 느껴진다. 특히 1~4권까지의 '텔레마키아'에서 텔레마코스와 기혼자들간의 긴장관계가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는데, 내용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기 때문일 수도 있고 번역의 영향도 있을 것 같다. 

12년전의 감상문이 유치한 감이 있는데, 처음 고전을 읽던 시절이라 나름 뭔가 의견을 만들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기도 한다. 특히 이런 부분. 12년후에도 다시 읽게되면 어떤 감상을 남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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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오랜 방황을 끝으로 오뒷세우스는 돌아온다. 그리고 자신의 아내와 아들을 괴롭히고 자신의 재산을 축내던 108명의 구혼자들을 죽인다. 그러나 아직도 그의 고생은 끝나지 않았다. 그의 말처럼 "앞으로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노고가 있을 것이고 그것이 아무리 많고 힘들더라도 나는 그것을 모두 완수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먹고 살기가 예나 지금이나 힘들었고, 신들의 보살핌을 받던 오뒷세우스도 마찬가지였다. 하물며 우리들이야 말해 무엇하랴.

매슈 윌리엄스(지음), 노태복(옮김), <혐오의 과학>, 반니, 2022

0. 프롤로그
- "지금도 계속하고 있는 이 여정은 인간 마음의 가장 어두운 부분을 들여다 봄으로써 편견에 사로잡힌 사고가 어떻게 혐오로 가득 찬, 때로는 치명적인 행위로 이어지는지 이해하려는 시도이다."(10쪽)

0. 들어가며 
- 사춘기 : 다른 집단에 관한 부정적 사고가 해로운 행동으로 변할 수 있는 시기 
- 탐구 목표 : 1) 어떤 이가 혐오범죄를 저지르려면 어떤 편견들이 필요한지 2) 혐오 범죄가 어떻게 다른 이들에게 급격하게 퍼질 수 있는지 

1. 혐오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 편견 : 고정관념. 조잡한 일반화와 범주 나누기가 바탕. 어떤 이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와 감정이 그 사람이 속한 집단을 바탕으로 결정될 때 발생. 
          : 외집단(그들)과 내집단(우리) 에 초점 
- 혐오 : 실제의 또는 인식상의 세계관 충돌 때문에 한 집단 전체를 배제하려는 욕구에 대해 쓰임 
- 혐오에 젖은 사람 : 두렵고 화나고 무기력한 상태 
- 유형 : 1) 사명감에 따른 혐오자 mission hater 2) 보복성 혐오자 retaliatory hater 3) 방어적 혐오자 defensive hater 4) 스릴 추구형 혐오자 : thrill-seeking hater

2. 혐오범죄 통계
- 왜곡되는 요소들이 많음 : 혐오 범죄의 불법화, 피해자/목격자의 신고 여부, 경찰의 혐오 범죄 교육 등 
- '정치적 언동의 분열적인 속성' -> 혐오 범죄 증가에 가장 큰 영향 
- "2016년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근래의 미국 역사에서 혐오 범죄의 가장 큰 증가 요인 중 하나로서, 9/11 이후 무슬림 대상 혐오 범죄의 급증에 이어 2등을 차지 했다."(87쪽)

3. 두뇌와 혐오 
- 편도체와 전전두엽 피질 : 편도체의 자동모드와 전전두엽 피질의 수동 모드 
- "뇌의 실행 통제 영역에서 나오는 조절 신호가 없이 편견에 젖은 뇌섬엽과 편도체가 함께 작동하면, 외집단의 구성원은 위협적이고 화난 모습이고, 장기간 고통을 가해도 무방하고, 역겹고, 공감을 받을 가치가 없는 하등인간으로 보일 수 있다. 혐오의 특징들이 고스란히 담긴 반응이다."(134쪽)

4. 나의 두뇌와 혐오
- 뇌는 방정식의 일부로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요소 파악이 필요함 

5. 집단 위협과 혐오
- "혐오와 이로 인한 공격성은 본질적으로 집단 현상"(217쪽)

6. 트라우마, 담아내기 그리고 혐오 
- '해소되지 않은 의존감', '고통스러운 상실감', '꼭 필요한 안정감'
- '아픔의 담아내기 실패' --> 인종적 '타자'가 좌절감을 투영하는 목표물이 될 수 있음

7. 범죄 유발 사건에 따른 혐오의 증감
- 혐오 범죄 급증은 중요한 정치투표, 법정소송, 테러 공격, 정책 변화 이후에 발생 
- 우리의 필멸성을 떠올리면 외집단에 대한 행동에 영향을 줌
- "사람들은 인생의 의미가 필요한데, 자신들의 세계관을 잠식해버리는 위기의 시기에는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라야 사람들의 허전함 마음을 채울 수 있다고 한다. (...) 부모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 셈이다."(304쪽)

8. 혐오의 하위 문화 
- 급진화의 기본 이론 : 동기 -->급진적 이데올로기 --> 사회화 과정 
- 급진 분파를 직접 공격하거나 불법화 하면 더욱 급진화할 가능성이 큼 
- "의례적이고 집단적인 트라우마 경험을 공격 목표"로 하는 편이 좋음 (그 의례의 의미가 무엇이며 타당한지를 따져 물음)

9. 봇과 트롤의 등장 
- 필터 버블과 에코 체임버 

10. 말과 행동으로 표현되는 혐오 
- 현재 세계적인 극우의 재등장은 혐오 촉진제로서의 인터넷과 SNS의 영향이 큼 

11, 편견에서 혐오로 넘어가는 티핑포인트 그리고 방지하는 법
- '살라 효과' : 소수자 정체성을 긍정적으로 드러내면 편견과 혐오가 감소함 


나스메 소세끼(지음), 송태욱(옮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현암사, 2017(12쇄)

"무사태평해 보이는 이들도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려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 (612쪽)

책 말미의 작품 해설에 따르면 이 책에서 작가는 '자신을 포함한 자기 본위의 이기주의와 위선적 교양주의에 물든 지식인 군상을, 더 나아가 어리석음과 뻔뻔함을 드러내는 사회전체의 풍자'를 의도했다고 한다. 1867년생인 소세끼가 38세인 1905년에 발표한 소설인데, 20세기 초반 일본 사회를 어렴풋이 짐작만 할 따름인 입장에서는 그저 헛웃음이 나오는 정도였다. 

오히려 소설을 읽는 동안 지브리 스튜디오의 '코쿠리코 언덕에서'에 등장하는 동아리 활동에 열심히 귀여운 고등학생들과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비슷하다고 여겨졌는데, 이 에니메이션의 배경이 태평양전쟁 패전 후 한국 전쟁을 거쳐 일본 사회가 다시 재건기로 들어가는 시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러일전쟁 승전이후 고무된 일본 사회가 배경인 이 소설과 시대 배경의 측면에서 유사한 점이 있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아무튼 '그렇게 유명한데 아직 읽지 않아서 부채 의식이 있는 책' 중의 하나인 이 소설을 우선 일독 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한다. 

강유원(지음), <철학고전강의> 라티오, 2016

읽기 및 필사 이력 : 2016년, 2017년(3회), 2019년, 2022년(필사)

다음 필사할 책은 <에로스를 찾아서>

휴 고프(지음), 주명철(옮김), <프랑스 혁명의 공포정>, 여문책, 2021

- 훌륭한 옮긴이 서문 (강유원의 북리스트 2022년 1월 27일, 링크)
- '공포'가 사람들을 동원하는 방식에 대해 탐구
 : 생명을 잃을지도 모르는 상태의 두려움이 사람들을 자발적인 예속 상태로 몰아감 
- 혁명 : 민주주의를 향한 새로운 사회 계약 

1. 역사가와 공포정 
- "역사상 처음으로 인민주권의 이름으로, 인민의 이름으로 민주주의 반대자를 죽이기 위헤 공포정을 이용했다." (32쪽)
- 공포정에 대한 4가지 견해 
  1) 본질적으로 폭력 : 보수수의자들의 비판 지점
  2) 폭력에 대한 방어적 반발 : 상황의 산물이라는 인식
  3) 이념의 영향 : 18세기 프랑스의 정치문화와 루소의 영향이라는 수정주의 견해로 1980년대의 프랑수아 퓌레가 세운 정설
  4) 정치적 발전 : 민중 폭력에 대한 정치적 대응책 

2. 공포정의 서막? 1789년 혁명부터 1793년 공화국까지 
- '공포정까지 몰아간 과정의 핵심' : 귀족과 교회 등 반혁명 세력, 왕의 태도(1791년 바렌 도주사건), 지롱드파의 전쟁
- 1793년 1월 루이 16세 처형 
- "분열한 공화국, 유럽과 벌인 전쟁, 음모의 소문, 민중 폭력의 두려움은 공포정을 불러올 치명적인 요소였다."(82쪽)

3. 1793년 3~9월, 공포정의 시작
- 방데 반란과 벨기에 전쟁 패배
- 혁명법원, 파견의원제도, 감시위원회 설림(3월), 구국회원회 설립(4월)
- "군사적 패배와 전반적 붕괴이 두려움이 이처럼 상황을 악화시킨 주요인이었음이 분명했다. 방데의 난, 연방주의 반란, 통제경제를 실시하라는 상퀼로트의 압력, 더욱 심화한 공포정이 상황을 악화시킨 주범이었다."(105쪽)

4 1793년 9~12월까지 파리와 지방의 공포정 
- 10월 생쥐스트의 국민공회 연설
- "그때까지 반도들애게만 쓰던 '쇠'와 총을 이제부터는 옛 친구와 동지들에게도 겨누게 될 것이다."(131쪽)

5. 1793년 12월~1794년 4월, 파벌타파 
- 93년 10월 '혁명력' 수리비
- 탈기독교 운동, 2만명(전체 종교인의 1/6)이 사제직을 포기 
- "공포정을 끝내자는 관용파 운동은 오히려 바라는 것의 반대 결과를 가져와 혁명 정부가 모든 비판을 반혁명 음모로 고발할 수 있는 명분을 주었다."(161쪽)

6. 1794년 4~7월의 대공포정 
- "그러나 공포정은 과거를 완전히 뿌리 뽑기 위해 구체제의 사회지도층을 상대로 벌인 사회적 전쟁으로 발달했다고 말할 수 있다."(175쪽)
- 최고 존재 숭배와 단두대
- "그런 식으로 최고 존재와 단두대는 봄부터 공포정의 핵심이 된 재생과 근절의 두 요소를 함께 지닌 계획의 한 부분이자 조각이었다."(183쪽)

7. 새 공화국의 새 시민 만들기 
- "상퀼로트는 자유시장경제가 사회적 탐욕을 채우기 위한 처방이라고 비판하고, '도덕경제'를 실시해 모든 사람의 생활 수준을 합리적으로 유지하도록 물가와 임금의 수준을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인민에겐 생존권이 있고 모든 것에는 '적정가격'이 있으며, 흉년에 물가가 오르면 정부가 개입해서 물가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18세기 유럽에서 가난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이렇게 믿었고, 19세기 사회주의는 이 신념을 물려받았다." (200쪽)
- 교육 : "1789년 이전에는 모든 교육을 교회가 통제했다."(205쪽)
- 공포정 : 18개월 지속후 실패, 이후 프랑스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공포정의 야망은 19세기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에게 넘어가게됨. 

8. 1794~1795년, 테르미도르 반동과 공포정의 끝
- 정치적 반동과 개인적 복수인 '백색공포'의 만연(부르봉 가문의 색깔)
- 이후 정치적 공포(1848년, 1871년)는 모두 좌파를 겨냥

결론
- 공포적에서 발생한 정치적 전통 
 1) 남성 보통선거, 의회 민주주의, 정교 분리에 기반을 둔 공화적 민주정
 2) 사회 민주주의
 3) 강력한 국가 







J.R.R. 톨킨(지음), 김보원,김번,이미애(옮김), <반지의 제왕, part 3 왕의 귀환>, arte, 2021

<반지의 제왕>의 파트 3인 '왕의 귀환'. 책 전체는 약 700쪽 정도이나 500쪽 정도에서 소설은 끝나고 나머지는 각종 연대기나 주석들이 붙어있다. 
소설에서는 반지가 파괴된 후 아라고른이 왕이 되면서 바로 끝나지 않고, 이후 100페이지 넘게 후속 이야기가 진행된다. 게다가 가벼운 후일담 수준이 아니라 샤이어 마을에서의 작은 규모의 전쟁이 벌어지고 여기에 사루만이 등장하는 반전도 곁들여지는데 사루만과 프로도가 나누는 마지막 대화는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거의 대부분의 모험 소설들이 <오뒷세이아>의 이향-고난-귀향의 구조를 따라가는데, 여기에는 고난을 통해 성장하면서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아간다는 성장소설의 서사도 자연스레 곁들여 진다. 샤이어 전쟁에서 메리와 피핀이 보여주는 모습이나 소설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샘의 대사가 이런 점을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그런 점에서 요정들과 함께 서쪽으로 떠나는 빌보와 프로도의 귀향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들이 돌아갈 고향은 샤이어가 아니고 원래부터 요정들의 땅이었다는 것인가. 헤라클래스가 신이 되는 것으로 끝나듯이 신적인 공로를 쌓은 인간은 신들이 사는 곳이 고향이 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일까. 

언제 또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십여년전에 사둔 이후로 읽다 말다를 반복했는데 (특히 1권이 지루하다...) 어찌된 일인지 이번에 그다지 지루하지 않았다. 소위 회수되지 않은 떡밥들도 매우 많은데 (특히 톰 봄바딜은 대체 무엇인가..) <실마릴리온>을 읽어볼 엄두는 안나고 <호빗>이나 다시 읽어봐야겠다. 


김유리, 김재원, 박성혜, 윤인복, 최경진(지음), <천녀의 아름다운 기록, 중세 필사본>, 일파소, 2022

- 후기 로마네스트의 스테인드 글라스가 등장하기 까지 중세 회화의 유일한 장르가 필사본의 채색 세밀화 였음 

비잔틴 필사본 
- 6세기 비잔틴 필사본은 주로 성경과 창세기. 로사노 복음서가 대표적 

섬양식 필사본
- 컬트 문화를 바탕으로 게르만, 노르만-바이킹 문화가 어우러진 섬지역의 조형적 전통을 그리스도교화

카롤링 필사본
- 751년 프랑크왕으로 즉위한 피핀 2세의 아들 샤를르마뉴의 문예 부흥에 기반한 양식 
- '카롤링 서체' 등이 만들어지고 이 시기 약 10만권의 필사본이 제작되어 현재까지 6~7천권이 현존

오토기 필사본 
- 오토기 성서 필사본의 중심지는 라이헤나우의 베네딕트 수도원
- 에그베르트 시편, 밤베르트 묵시록 등

스페인 중세 필사본
- 모사라베(이베리아반도 내 이슬람 비 개종자) 문화 등 그리스도교와 이슬람 문화의 공존에 따른 독특한 양식 
- 레온 성경의 사자와 황소 --> 피카소의 게르니카와의 연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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