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익(지음), <번역은 반역인가>, 푸른역사, 2016(6쇄)

역사학자이자 성실한 번역자인 박상익 교수가 2006년에 쓴 책, 뒷면을 보니 무려(?) 6쇄까지 찍었다. 이 책 전체 내용의 요약이라고도 할 수 있는 '번역 경시는 지식인의 반역'이라는 글이 <주간동아> 279호(2001년 4월)에 실렸고, 그 기고문을 책 한권으로 정리한 것이라 볼 수 있겠다. 

부제가 '우리 번역문화에 대한 체험적 보고서'라고 되어 있듯 한국에서 발생되는 번역과 관련된 문제가 가감없이 다뤄지며, 책을 읽다보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문제들이 현재도 여전하거나 더 나빠졌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뭘 어째야 할지는 잘 모르겠고, 그저 이런 좋은 책을 쓰거나 번역하는 사람들의 책을 꾸준히 사는 것이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어물쩍 넘길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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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처럼 주석에서 2003년에 선생님의 문화일보 인터뷰가 실려 있는데 뜻밖의 발견이었다. 이런 선생님을 만난 것은 역시 인생의 큰 행운이다. 징징거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오신 선생님의 16년전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인터뷰 링크)

- "지금 직업이 웹마스터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무슨 말인가. 내 직업은 학문이다. 소명으로서의 작업과 먹고 살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직업을 구분하자. 내 생계 수단은 웹마스터이나 소명은 학문이다."


송창현(지음), <마르코 복음서 이야기로 읽기>, 대구가톨릭대학교출판부, 2016(2판)

- 이야기로서의 복음서 

"따라서 "우리 가운데에서 이루어진 일들", 즉 "예수 사건을 이야기로 역은 것", 그것이 바로 복음서이다. 복음서라는 문학 장르의 특성을 우리는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복음서는 이야기이다." 이것이 바로 복음서 읽기의 새로운 방법을 위한 우리의 출발점이다."(17쪽)

"우리는 복음서 전체를 하나의ㅏ 이야기로 읽어야 한다. 각각의 복음서는 "하나의" 이야기이다. 우리는 복음서를 시작과 끝이 있는 "하나의" 이야기로서 전체로, 통째로 읽어야 한다."(18쪽)

- 마르코 복음의 핵심 메시지
: 첫 문장의 시작, 베드로의 고백, 백인대장의 고백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마르 1.1) --> "그리스도"(마르 8,29) --> "하느님의 아들"(마르 15,39)

"복음서는 역사적 사건인 예수 사건을 이야기라는 문학적 형식 안에 담은 신학적인 책이다. 따라서 복음서의 특성을 세 가지로 표현하면 역사, 문학, 신학이다."(214쪽)



재러미 시프먼(지음), 임선근(옮김), <모차르트, 그 삶과 음악>, 포노, 2011(2쇄)

클래식 입문을 위해 간략한 작곡가들의 생애와 작품 해설이 담긴 시리즈. 같은 작가가 베토벤, 차이코프스키에 대한 책을 썼다. 베토벤은 예전에 한번 읽어보았고 차이코프스키도 사서 읽어야겠다. 

모차르트는클래식 음악 전체에서 큰 업적을 남겼지만 그 중에서도 협주곡이 가장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고 한다. 관련 부분을 옮겨둔다. 

"모차르트의 유산 중에서 협주곡만큼 신기원을 이룬 분야는 없다. 오페라나 교향곡조차도 협주곡만큼은 아니다. 교향곡과 현악 4중주 분야에서는 하이든이 모차르트만큼 기여했다. 오페라 분야에는 모차르트보다 겨우 네 해 앞서 세상을 떠난 글루크라는 위해단 개혁가가 있었다. 협주곡으로 말하자면 모차르트밖에 없다. 그러므로 그의 작품 전체 개괄에서는 협주곡 부문이 가장 상찬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베토벤에게 소나타가, 바흐에게 푸가가 그러하듯이, 모차르트에게는 협주곡이 그의 전 생애에 걸친 일종의 창작 일기이다."(131쪽)

하비맨스필드(지음), 이재만(옮김), <정치철학공부의 기초>, 유유, 2018

A student's Guide 시리즈로 미국 보수주의 정치학자인 하비 맨스필드의 간략한 정치철학 해설서. 중간중간 기억해야할 내용들이 나온다. 개론서라도 다 아는 이야기만 아닌 석학의 견해를 엿볼 수 있다. 

"정치란 편들기를 의미합니다. 정치는 당파적입니다. 사회에는 여러 당파(오늘날 전형적인 당파는 자유주의파와 보수주의파입니다)가 있으며, 그들은 편을 가르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테면 자유주의파 대 보수주의파 구도로) 서로 논쟁을 벌입니다."(10쪽)

"정치철학은 가장 좋은 정체, 너무 좋아서 거의 존재하기 어려운 정체를 추구합니다. 정치학은 합의를 이끌어 당파들의 분쟁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약속하는 하나의 이론(실은 여러 이론)을 개진합니다."(19쪽)

"그는 최선의 정체가 전쟁의 맞수인 아테네의 정체와 스파르타의 정체로 숙명적으로 갈라지고, 각 도시의 미덕이 악덕을 수반하고 상대 도시의 미덕과 양립불가능함을 보여 줍니다. 이것이 정치에 내재한 위대함에 감탄하면서도 정치의 한계에 체념하는 투키디데스의 고결한 현실주의입니다."(32쪽)

"통치 원칙의 일부분은 이성적이고 일부분은 관습적입니다. 본성적인 부분은 관습적인 부분에 의해 보완되어야하고, 관습적인 부분은 본성적인 부분의 인도를 받아야 합니다."(43쪽)

키스휴스턴(지음), 이은진(옮김), <책의 책>, 김영사, 2019

* 책의 구성
- 종이 : 파피루스, 양피지, 종이의 기원과 전파
- 본문 : 글쓰기, 구텐베르크, 산업혁명
- 삽화 : 필경사, 목판, 르네상스, 사진
- 형태 : 두루마리, 코덱스, 장정, 판형

* 종이
- 파피루스는 서기전 4천년전부터 매우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음, 플리니우스가 <박물지>에 기록한 것이 가장 오래된 제조법
- 양피지는 서기전 2세기 터키 서북부 에우메네스 2세가 발명했다고 알려짐(원시적인 형태는 이미 존재)
- 종이는 후한시대 1세기에 채륜이 발명, 역시 원시적인 형태는 이미 사용되고 있었음

* 1454년과 1455년 구텐베르크는 면벌부 2천장을 인쇄하였고, 이후 42행 성서를 인쇄 
 성서를 인쇄할 때 일부러 전해 내려오는 스타일을 유지하려고 하였음. 
 "완제품은 정말고 굉장했다. 구텐베르크는 일부러 교회에서 선호하던 손으로 쓴 고딕체를 흉내냈고, 지극히 관ㅅ브적인 방식으로 본문을 구성했다. 그런데도 인쇄기에서 나온 성경 본문 한 장 한 장이 작은 혁명이었다. 구텐베르크의 기술을 모르는 그 시대 사람들은 고르게 늘어선 글자, 한몸처럼 가지런한 본문, 한결같이 완벽한 여백을 보고 어안이 벙벙했다. '하느님의 말씀'에 걸맞게, 구텐베르크가 인쇄한 성경은 인간의 손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완벽에 가까웠다."(189쪽)



왕수이자오(지음), 조규백(옮김), <소동파평전>, 돌베개, 2015(2쇄)

소동파 이해를 위한 기초를 잡기 위해 읽어본 책. 몇가지 사실을 정리하면, 

- 1037년 1월 8일 출생, 북송 인종때이며 '문학적 분위기가 농후한 봉건 지식 계층의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소순, 아우 소철이 모두 당송팔대가에 포함될 만큼 문학에서 가장 유명한 집안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 26세 되던해인 1061년 '현량방정능언극간과'에 '제 3등'으로 합격했는데, 이는 북송시대를 통틀어도 네명만이 합격한 등급이라고 한다. 아우 소철은 '제4등'으로 합격. 

- 동파에게 정치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왕안석의 신법'은 1058년에 처음 제시되었고 1069년부터 1085년까지 16년간 추진되었다. 재정확충과 군대 정비등 송 왕조의 봉건 지배 강화를 위해 시행된 제도개혁으로 이에 반대한 구법당에 사마광, 구양수, 소식등이 있었다. 

- 36세 되던 해인 1071년 항주에서 지방관 생활을 시작. 이때 여러가지 탁월한 공적을 세워 관리로서의 역량을 보였다.

- 44세 되던해인 1079년 소위 '오대시안'사건으로 체포되었고 첫번째 유배생활이 시작되었다. 탄핵된 사유는 '문자로 현실을 풍자했고, 조정을 우롱했으며 황제를 비난했고 임금을 존중하지 않았으며 충절을 잃었다'는 죄목. 신법당의 모함으로 일어난 사건으로 130일간 투옥되었고 이후 황주단련부사로 폄적되어 지방으로 유배되었다.  

- 황주에서의 유배생활을 통해 '불교와 노장 사상이 정치적 역경에 있는 소식의 중심적인 처세 철학'이 되었다고 한다. 4년 남짓한 유배생활 동안 이런 사상이 반영된 '적벽부'를 쓰게 된다. 

- 47세인 1082년에 적벽에 가서 <염노교, 적벽회고>를 지었고, 이해 음력 7월 16일, 10월 15일 두차례에 걸쳐 <적벽부>, <후적벽부>를 지었다. 부는 초사에서 발전한 전통적인 시체의 하나로 '송에 이르러 점차 산문화했으나 여전히 대구를 배치하고 자구를 단련하며 대우와 운어를 섞어쓰는 일종의 산문시'같은 부가 나타났다고 한다. 적벽부에 대한 완전한 한글 해석은 선생님의 <에로스를 찾아서> 주해 1번에 실려있다. 이 책에 실린 번역을 보면 '변한다는 각도에서 보면 천지도 일순간을 멈추어 있지 못하지만, 불변한다는 각도에서 보면 만물과 내가 모두 무궁하다네'로 되어 있지만, 선생님은 '그 변함에서 보려 하면 천지는 일찍이 한순간도 가만히 있지 못하나 그 변하지 않음에서 보려 한다면 사물과 내가 다함이 없으니 어찌 또 부러워하겠는가'와 같이 미려한 한국어로 옮겨져있다. 저자는 <적벽부>를 통해 동파가 '만물과 내가 모두 무궁하다'는 사상을 드러내고자 했다고 주장한다. 

-1085년 신법을 지지하던 신종이 붕어하고 사마광이 재상으로 기용되면서 소동파도 수도로 소환되어 예부낭중에 임명되면서 복권되었다. 

- 54세되던 1089년부터 5년간 다시 지방관직을 지냈다. 항주, 영주, 양주, 정주의 지주를 역임했고 이때 관계에서도 공적을 세우고 문학적으로도 크게 발전한 시기라고 한다. 

- 59세 되던 1094년 다시 모함을 받아 두번째 유배생활이 시작되었다. 이후 65세에 복직되었으나 그 다음해에 세상을 떴다. 

책에서는 동파 생전시절의 이러저러한 환경을 다루면서 그의 작품을 해설하는데 한시에 대해 과문한 나로서는 이해하지 못하는 점이 많았다. 평전이라면 작품해설보다는 시대상황이나 그가 겪은 면모가 자세히 나타나길 기대했으나 아쉬운 측면. 다른 책으로 보완해야한다. 







남무성(지음), <JAZZ IT UP>, 서해문집, 2018

기본서이므로 재즈 역사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 테스트해볼 수 있는 기능도 있다. 확실히 그나마 조금 익숙한 1940~60년대에는 아는 사람/음악이 나오지만 70년대 이후에는 팻 메스니 정도를 제외하면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시대별/인물별로 되어 있으니 궁금할 때마다 참고할 수 있겠다. 

박찬일(지음), <스님, 절밥은 왜 그리도 맛이 좋습니까>, 불광출판사, 2017

박찬일의 책은 읽히기도 술술 읽히지만 읽다보면 뭔가 새로운 것을 하나씩 알게 되는 재미가 있다. 이번에 알게 된 것은 불교에서 공양, 즉 식사하기 전에 왼다는 '오관게五觀偈'. 두산백과에 따르면 이렇게 되어 있다. 

공양할 때 외우는 다섯 구의 송을 말한다. 사찰에서는 공양 하나의 의식이자 수행이다. 공양물이 앞에 놓이면 먼저 죽비를 한 번 치고 대중이 함께 오관게를 외운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계공다소량피래처():온갖 정성이 두루 쌓인 이 공양을 ② 촌기덕행전결응공():부족한 덕행으로 감히 공양을 받는구나 ③ 방심이과탐등위종():탐심을 버리고 허물을 막고 ④ 정사양약위료형고():바른 생각으로 육신을 지탱하는 약을 삼으며 ⑤ 위성도업응수차식():도를 이루고자 이제 먹노라. 오관게를 낭송하면 죽비를 세 번 치고 공양을 시작한다.

책에서는 한글로 풀어쓴 문장이 여러차례 인용되는데 풀어쓴 쪽이 마음에 닿는다. 

"이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깨달음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





리처드 맥그레거(지음), 송예슬(옮김), <미국, 새로운 동아시아 질서를 꿈꾸는가>, 메디치, 2019

책의 부제가 '미중일 3국의 패권전쟁 70년'으로 책의 내용을 잘 설명해준다. 원제는 Asia's reckoning, China, Japan and fate of U.S. power in the pacific century으로 '아시아의 심판 : 21세기 중국, 일본 그리고 미국의 운명'. 

근래 읽은 역사책중 가장 근세를 다루기에 익숙한 정치인들이 대거 등장한다. 아베 신조, 시진핑, 오바마를 포함하여 일본 패망후 동아시아를 주름잡던 미중일 핵심 정치인들이 등장하여 흥미롭게 읽혔다. 한중일 3국에서 특히 한중과 일본의 갈등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특히 아시아태평양 전쟁에서 벌어진 일본의 침략과 잔혹행위, 그리고 센가쿠열도/다오위다오나 대만, 남중국해를 포함한 영토분쟁과 경제적인 갈등이 말그대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작금의 한일 경제전쟁도 중일의 영토분쟁에 비하여 오히려 '
신사적'이라 보일 정도다. 미중일의 관계가 입체적으로 그려지지만 한국의 거의 언급되지 않아 아쉽다. 한국이 포함된 국제관계사가 다시 정리되면 좋겠다.  

박찬일(지음), <백년식당>, 중앙M&B, 2018(9쇄)

<노포의 장사법>과 함께 저자의 노포 시리즈 전작이다. 기억해 뒀다가 맛집 탐방 개념으로 읽어볼 수도 있겠지만, 자신이 업으로 삼고 있는 분야의 역사를 기록하려는 자세와 '감'이 아닌 사실에 기반하여 판단하려는 태도가 마음에 든다. 기계 냉면에 대해서는 평소에 궁금했는데 의문이 풀렸다. 

"이런 냉면은 대개 미리 만들어진 면을 삶아내는 경우가 많았다. 공급되는 냉면 가락이 서로 붙어 있어서 수북하게 탁자에 쌓아놓고 일일이 떼어내야 했다. 이런 '임시 계절 냉면'에 대항하기 위해 직접 면을 뽑는 집들은 '기계 냉면'임을 강조하면서 팔았다. 어린 나는 왜 손 냉면이 아니라 기계 냉면인 것을 자랑할까 싶어 의아해했던 기억이 있다. 왜 칼국수는 손칼국수인데 냉면은 기계 냉면일까 하는, 혹시라도 모르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면, 냉면은 메밀을 많이 넣어야 제격이고, 메밀의 특성상 단단하게 반죽해서 기계로 내려야 면의 형태가 제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288쪽)

""제주도가 산업 기반이 없었어요. 1970년대 당시 인구가 20만이 안되었는데, 귤도 1980년대나 되어서야 많이들 했고 그전에는 귀한 과일이었어요, 옛날엔 뭘 먹고 살았나 싶습니다."
 갈칫국이 500원인가 했고, 물회는 300원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매콤한 갈치조림, 고등어조림 같은 요리는 더 나중에 개발된 것이라고 한다. 제주에선 그냥 간장에 조려 먹는 게 일반적이었다. 설탕을 넣는 일은 물론 없었다. 제주도도 이젠 육지 식으로 해먹는 게 더 많다."(300쪽)

박찬일(지음), <보통날의 와인>, 나무수, 2017(4쇄)

저자의 전문 분야인 이탈리아 음식이나 문화에 대한 전작들에 비해 책의 밀도가 조금 떨어진다. 아무래도 프랑스나 프랑스 와인에 대한 이해가 이탈리아의 그것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너무 폼잡지 말고,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우리식으로 와인 문화를 만들자는 취지에 공감한다. 

박찬일(지음), <노포의 장사법>, 인플루엔셜, 2018(7쇄)

그냥 맛집에 대한 책은 아니고 한국의 음식 문화를 만들어온 이들에 관한 역사책이라고 봐야겠다. 섭외에 공을 많이 들였고 문장에도 정성이 보인다. 사태의 변화를 주관적인 판단에 의존하지 않고 기술의 변화에 기반하여 설명하려는 태도가 마음에 든다. 

"육절기, 영어로 써서 '햄슬라이서'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 장비는 불고기의 혁명을 불러왔다. 그전에 너비아니는 좋은 부위를 썼다. 등심, 안심을 주로 사용했다. 칼로는 고기를 아주 얇게 썰 수 없으니까 부위가 어느 정도 부드러워야 먹기 좋았다. 부드러운 부위는 당연히 값이 제일 비싼 부위다. 그런데 육절기는 기존에 구워 먹을 수 없는 부위(예를 들어 앞다리나 엉덩잇살)도 구이용으로 가공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불고기가 대중화되고 가격이 떨어진 이유다."(219쪽)

유시민(지음), <어떻게 살 것인가>, 아포리아, 2013(2쇄)

유시민은 최근작인 여행에 대한 책까지 감안하면 십여권의 책을 낸 중견작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장점은 솔직함에 있지만 솔직함이 체계적인 배움의 부재까지 채워줄 수는 없는 것 같다. 선생님이 쓰신 그의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서평에도 동일한 부분이 언급된다.

"국가에 관한 고전을 탐독"했다고는 하나 유시민에게는 1차 저작을 읽고 분석하는 능력은 없다("플라톤의 원전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나는, 포퍼가 쇼를 차용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포퍼의 말을 빌려 플라톤의 '현자 통치론'을 소개한다."). 그러나 그것을 자각하고 자신이 이해한 바를 과장하지 않았으며, 그러한 서술이 큰 오류 없이 독자의 눈높이에 닿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선생님의 말씀을 살짝 틀면, 나는 '인간 유시민'에게는 관심이 있지만 이제 '저자 유시민'에게는 별다른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 것 같다.  



시오노 나나미(지음), 오정환(옮김),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 한길사, 2002(2쇄)

- <군주론> 집필 동기, 1513년 감옥에서 석방된 직후 대략 7월부터 그해 연말까지 작성
 "지금과 같은 생활을 이 이상 계속하고 있다가는, 나는 무위無爲로 소모되는 수 밖에 없네"
 "이 논문(군주론)을 읽으면, 내가 15년 동안 자지도 않고 놀지도 않고 정치의 기술을 연구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인데, 이런 경험은 누군가가 유용하게 써야 하지 않겠는가?" (베트리와 주고 받은 서신 중, 417쪽)

- 저자의 집필 동기 
 "마키아벨리도 그에게 특히 필요한 무언가가 있었을 것이다. 그것을 이해하느냐 않느냐가 그 사람 자체를 이해하느냐 않느냐에 이어지고, <군주론>을 비롯한 그의 저작에 나타난 사상을 이해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구긍 사이에 놓인 아름다운 장식물 같은 그것을 바라보면서, 나는 언젠가 마키아벨리를 써야지 하고 마음 먹었다.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라는 제목도 그때 정해졌다."(45쪽)

애덤 알터(지음), 홍지수(옮김),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부키, 2019

- 행위중독
"행위 중독에 관여하는 요소는 모두 여섯 가지다. 손에 잡힐 듯 말 듯한 목표, 뿌리치기 어렵고 예측 불가능한 긍정적인 피드백, 조금씩 향상되고 있다는 느낌,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더 어려워지는 과제, 해소하고 싶지만 풀리지 않는 미결 상태, 그리고 강한 인간관계다." (23쪽)
"행위 중독은 단기적으로는 심리적 욕구를 채워 줌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보면 심각한 해를 끼치는 어떤 행위를 거부할 수 없을 때 발생한다."(36쪽)

-근접발달영역(zone of proximal development, ZPD)
"교사는 학생들에게 학습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거하도록 안내하되 너무 깊이 관여한 나머지 학생들이 자기 능력으로는 해결책을 찾기 힘들다고 느끼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216쪽)

** 두살 이하의 아기들에게는 화면 자체를 보여주지 말것, 초등학교 입학전까지 아이패드 등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기기를 보여주질 말것. 




박찬일(지음), <박찬일의 파스타 이야기>, 허밍버드, 2018(2쇄)

연달아 읽은 세번째 박찬일의 책. 파스타에 대해서만 다룬다. 2011년, 2016년(출간기준으로), 2019년에 나온 책을 연달아 읽어보니 역시 자기복제를 피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하루 종일 공부만 하시는 선생님이 아니고서야 어지간한 부업 작가가 새로운 글을 계속 쓸 수 있겠나 싶지만 아쉽기는 하다. 

그래도 한번쯤 읽어두면 파스타 먹으러 가서 두세마디 떠들 수 있을 정도의 지식은 갖출 수 있다. 가장 쉬운 소재로 '이태리 사람들은 피클 안 먹어, 피클은 미국식 이태리 식당에서 나오는 건데 그게 한국에 들어온거야' 정도로 시작하면 되겠다. 또 하나 덧붙이자면, '스파게티'는 파스타라는 요리 재료 중 하나라는 점. 즉 가늘고 긴 우리가 아는 국수면이 스파게티인데 그 외에도 수백종의 파스타 면들이 있다는 것이다. 은퇴하고 할일 없을 때 제일 많이 만들어 먹을 요리가 라면과 파스타일테니 미리 준비운동 정도 한 셈이다. 

박찬일(지음), <어쨋든, 잇태리>, 난다, 2011

저자만큼은 아닐지 모르지만 나도 이태리(그래.. 이탈리아보다 이태리가 더 정감있다)를 좋아한다. 

학부시절 과친구들중에 스페인어와 비슷하여 학점 받기 쉬운 교양 이태리어를 듣던 친구들 기억부터 시작해서, 선생님께 <신곡>을 배운 이후로 이탈리아의 많은 것들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단테와 오로라의 단테 만년필, 보테가의 가죽제품들 그리고 그냥 폼으로 사놓은 <실버스푼>, 물론 여기에 에코 영감님을 빼놓을 수 없겠다. 단테와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영감님의 <장미의 이름>은 선생님의 사연과도 맞물려 내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책이 되었다. 그리고 또 파바로티의 노래들. 게다가 그림과 조각 그리고 건축에서 이탈리아를 빼놓을 수가 없다보니 정작 딱 한번 사나흘 로마와 피렌체를 훑어본 실제 경험보다도 더 많은 책에서 이태리를 만났다. 게다가 정치사상 공부하면서 마키아벨리를 빼놓을 수 없고 안토니오 그람시도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사망한지 얼마안된 역사가이지만 미시사가인 까를로 마리아 치폴라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면요리라면 다 좋아하지만 파스타도 빼놓을 수 없다. 올리브와 마늘 소금 그리고 면으로만 맛을 내는 알리오 올리오는 우리로 치면 간장비빔밥 같은 거라는 저자의 설명이 재밌다. 이태리 사람들이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과 비슷한 성향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성격이 급하고 다혈질이며 지역색이 강하고 처음에 무뚝뚝하지만 친해지면 속도 다 보여주는 사람들이라는 점, 그리고 술마시고 놀기 좋아한다는 점도 그렇다. 다만 이태리인들이 세계 최강의 제국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으며 서구 전통의 가장 강력한 뿌리중의 하나인 그리스-로마 문명의 주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또 많이 다르기도 할 것이다. 

혼자 망상하는 주제중의 하나가 중국 요리와 이태리 요리중에 하나만 꼽으라면 어떤 요리가 세계 제일의 요리라는 소리를 들을 것인가 라는 것인데, 중국의 오랜 역사와 다양성을 감안하더라도 흥청망청 놀아본 경험이 있는 이태리의 손을 들어주곤 한다. 아니 세상에 얼마나 흥청망청 했으면 먹고 토하는 방식이 로마귀족들의 일상이었을까. 

박찬일은 재능있는 작가다. 다른 곳에서 한번 연재한 책을 다시 내는게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내가 연재한 글들을 다 찾아 읽을 것도 아니라서 간식같은 책으로 계속 읽게 될 것 같다. 




김명호(지음), <중국인 이야기 1>, 한길사, 2014(8쇄)

우리나라로 치면 한국을 40년간 연구하고 경험한 외국인이 쓰는 '대한민국 건국 비사' 혹은 '박정희 시대 일지'같은 책인 셈. 

김명호 교수의 중국 인물 평전인데, 정치가에서 예술가, 군인과 혁명가 그리고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들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국공합작과 중화인민공화국의 창건 그리고 중미 수교에 이르는 내용까지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시대순서는 다소 헷갈리는 부분도 있지만 중국에 대해 알면 알수록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7권까지 출간되어 있는데 우선 2권을 주문했다. 

박찬일(지음), <오늘의 메뉴는 제철 음식입니다>, 달, 2019

"그러므로 남한에서 '히수무레'한 메밀 중심 면을 쓰는 냉면집은 오히려 당대 북한 냉면보다 더 원형을 잘 지키고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음식은 정치경제, 사회적 조건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다. 설렁탕에 국수가 들어간 것을 우리는 정통으로 보지만, 실은 박정희 정권 당시 쌀 소비를 줄이고 값싼 수입 밀가루를 많이 활용하려는 행정명령에 의한 것이었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신문에 연재한 글을 다시 엮은 책인데, '방어' 편을 살펴보니 책에 맞게 내용을 일부 수정했다. 다른 책을 살까 말까 고민했는데 참고가 될 것 같다. 

해공스님외(지음), <청암사 승가대학 비구니 스님들의 좌충우돌 수행이야기>, 민족사, 2019

8남매 중, 아들 하나 딸 셋을 부처님 제자로 내 주신 어머니는 내가 출가하던 날, "사람으로 태어나 가장 존귀한 일은 도 닦고 사는 것이다. 한 생 안 났다 생각하고 열심히 공부하라"며 용기를 주셨다.

- 1996년, 12호, 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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