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지음), <백년식당>, 중앙M&B, 2018(9쇄)

<노포의 장사법>과 함께 저자의 노포 시리즈 전작이다. 기억해 뒀다가 맛집 탐방 개념으로 읽어볼 수도 있겠지만, 자신이 업으로 삼고 있는 분야의 역사를 기록하려는 자세와 '감'이 아닌 사실에 기반하여 판단하려는 태도가 마음에 든다. 기계 냉면에 대해서는 평소에 궁금했는데 의문이 풀렸다. 

"이런 냉면은 대개 미리 만들어진 면을 삶아내는 경우가 많았다. 공급되는 냉면 가락이 서로 붙어 있어서 수북하게 탁자에 쌓아놓고 일일이 떼어내야 했다. 이런 '임시 계절 냉면'에 대항하기 위해 직접 면을 뽑는 집들은 '기계 냉면'임을 강조하면서 팔았다. 어린 나는 왜 손 냉면이 아니라 기계 냉면인 것을 자랑할까 싶어 의아해했던 기억이 있다. 왜 칼국수는 손칼국수인데 냉면은 기계 냉면일까 하는, 혹시라도 모르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면, 냉면은 메밀을 많이 넣어야 제격이고, 메밀의 특성상 단단하게 반죽해서 기계로 내려야 면의 형태가 제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288쪽)

""제주도가 산업 기반이 없었어요. 1970년대 당시 인구가 20만이 안되었는데, 귤도 1980년대나 되어서야 많이들 했고 그전에는 귀한 과일이었어요, 옛날엔 뭘 먹고 살았나 싶습니다."
 갈칫국이 500원인가 했고, 물회는 300원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매콤한 갈치조림, 고등어조림 같은 요리는 더 나중에 개발된 것이라고 한다. 제주에선 그냥 간장에 조려 먹는 게 일반적이었다. 설탕을 넣는 일은 물론 없었다. 제주도도 이젠 육지 식으로 해먹는 게 더 많다."(300쪽)

박찬일(지음), <보통날의 와인>, 나무수, 2017(4쇄)

저자의 전문 분야인 이탈리아 음식이나 문화에 대한 전작들에 비해 책의 밀도가 조금 떨어진다. 아무래도 프랑스나 프랑스 와인에 대한 이해가 이탈리아의 그것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너무 폼잡지 말고,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우리식으로 와인 문화를 만들자는 취지에 공감한다. 

박찬일(지음), <노포의 장사법>, 인플루엔셜, 2018(7쇄)

그냥 맛집에 대한 책은 아니고 한국의 음식 문화를 만들어온 이들에 관한 역사책이라고 봐야겠다. 섭외에 공을 많이 들였고 문장에도 정성이 보인다. 사태의 변화를 주관적인 판단에 의존하지 않고 기술의 변화에 기반하여 설명하려는 태도가 마음에 든다. 

"육절기, 영어로 써서 '햄슬라이서'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 장비는 불고기의 혁명을 불러왔다. 그전에 너비아니는 좋은 부위를 썼다. 등심, 안심을 주로 사용했다. 칼로는 고기를 아주 얇게 썰 수 없으니까 부위가 어느 정도 부드러워야 먹기 좋았다. 부드러운 부위는 당연히 값이 제일 비싼 부위다. 그런데 육절기는 기존에 구워 먹을 수 없는 부위(예를 들어 앞다리나 엉덩잇살)도 구이용으로 가공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불고기가 대중화되고 가격이 떨어진 이유다."(219쪽)

유시민(지음), <어떻게 살 것인가>, 아포리아, 2013(2쇄)

유시민은 최근작인 여행에 대한 책까지 감안하면 십여권의 책을 낸 중견작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장점은 솔직함에 있지만 솔직함이 체계적인 배움의 부재까지 채워줄 수는 없는 것 같다. 선생님이 쓰신 그의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서평에도 동일한 부분이 언급된다.

"국가에 관한 고전을 탐독"했다고는 하나 유시민에게는 1차 저작을 읽고 분석하는 능력은 없다("플라톤의 원전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나는, 포퍼가 쇼를 차용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포퍼의 말을 빌려 플라톤의 '현자 통치론'을 소개한다."). 그러나 그것을 자각하고 자신이 이해한 바를 과장하지 않았으며, 그러한 서술이 큰 오류 없이 독자의 눈높이에 닿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선생님의 말씀을 살짝 틀면, 나는 '인간 유시민'에게는 관심이 있지만 이제 '저자 유시민'에게는 별다른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 것 같다.  



시오노 나나미(지음), 오정환(옮김),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 한길사, 2002(2쇄)

- <군주론> 집필 동기, 1513년 감옥에서 석방된 직후 대략 7월부터 그해 연말까지 작성
 "지금과 같은 생활을 이 이상 계속하고 있다가는, 나는 무위無爲로 소모되는 수 밖에 없네"
 "이 논문(군주론)을 읽으면, 내가 15년 동안 자지도 않고 놀지도 않고 정치의 기술을 연구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인데, 이런 경험은 누군가가 유용하게 써야 하지 않겠는가?" (베트리와 주고 받은 서신 중, 417쪽)

- 저자의 집필 동기 
 "마키아벨리도 그에게 특히 필요한 무언가가 있었을 것이다. 그것을 이해하느냐 않느냐가 그 사람 자체를 이해하느냐 않느냐에 이어지고, <군주론>을 비롯한 그의 저작에 나타난 사상을 이해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구긍 사이에 놓인 아름다운 장식물 같은 그것을 바라보면서, 나는 언젠가 마키아벨리를 써야지 하고 마음 먹었다.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라는 제목도 그때 정해졌다."(45쪽)

애덤 알터(지음), 홍지수(옮김),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부키, 2019

- 행위중독
"행위 중독에 관여하는 요소는 모두 여섯 가지다. 손에 잡힐 듯 말 듯한 목표, 뿌리치기 어렵고 예측 불가능한 긍정적인 피드백, 조금씩 향상되고 있다는 느낌,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더 어려워지는 과제, 해소하고 싶지만 풀리지 않는 미결 상태, 그리고 강한 인간관계다." (23쪽)
"행위 중독은 단기적으로는 심리적 욕구를 채워 줌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보면 심각한 해를 끼치는 어떤 행위를 거부할 수 없을 때 발생한다."(36쪽)

-근접발달영역(zone of proximal development, ZPD)
"교사는 학생들에게 학습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거하도록 안내하되 너무 깊이 관여한 나머지 학생들이 자기 능력으로는 해결책을 찾기 힘들다고 느끼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216쪽)

** 두살 이하의 아기들에게는 화면 자체를 보여주지 말것, 초등학교 입학전까지 아이패드 등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기기를 보여주질 말것. 




박찬일(지음), <박찬일의 파스타 이야기>, 허밍버드, 2018(2쇄)

연달아 읽은 세번째 박찬일의 책. 파스타에 대해서만 다룬다. 2011년, 2016년(출간기준으로), 2019년에 나온 책을 연달아 읽어보니 역시 자기복제를 피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하루 종일 공부만 하시는 선생님이 아니고서야 어지간한 부업 작가가 새로운 글을 계속 쓸 수 있겠나 싶지만 아쉽기는 하다. 

그래도 한번쯤 읽어두면 파스타 먹으러 가서 두세마디 떠들 수 있을 정도의 지식은 갖출 수 있다. 가장 쉬운 소재로 '이태리 사람들은 피클 안 먹어, 피클은 미국식 이태리 식당에서 나오는 건데 그게 한국에 들어온거야' 정도로 시작하면 되겠다. 또 하나 덧붙이자면, '스파게티'는 파스타라는 요리 재료 중 하나라는 점. 즉 가늘고 긴 우리가 아는 국수면이 스파게티인데 그 외에도 수백종의 파스타 면들이 있다는 것이다. 은퇴하고 할일 없을 때 제일 많이 만들어 먹을 요리가 라면과 파스타일테니 미리 준비운동 정도 한 셈이다. 

박찬일(지음), <어쨋든, 잇태리>, 난다, 2011

저자만큼은 아닐지 모르지만 나도 이태리(그래.. 이탈리아보다 이태리가 더 정감있다)를 좋아한다. 

학부시절 과친구들중에 스페인어와 비슷하여 학점 받기 쉬운 교양 이태리어를 듣던 친구들 기억부터 시작해서, 선생님께 <신곡>을 배운 이후로 이탈리아의 많은 것들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단테와 오로라의 단테 만년필, 보테가의 가죽제품들 그리고 그냥 폼으로 사놓은 <실버스푼>, 물론 여기에 에코 영감님을 빼놓을 수 없겠다. 단테와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영감님의 <장미의 이름>은 선생님의 사연과도 맞물려 내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책이 되었다. 그리고 또 파바로티의 노래들. 게다가 그림과 조각 그리고 건축에서 이탈리아를 빼놓을 수가 없다보니 정작 딱 한번 사나흘 로마와 피렌체를 훑어본 실제 경험보다도 더 많은 책에서 이태리를 만났다. 게다가 정치사상 공부하면서 마키아벨리를 빼놓을 수 없고 안토니오 그람시도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사망한지 얼마안된 역사가이지만 미시사가인 까를로 마리아 치폴라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면요리라면 다 좋아하지만 파스타도 빼놓을 수 없다. 올리브와 마늘 소금 그리고 면으로만 맛을 내는 알리오 올리오는 우리로 치면 간장비빔밥 같은 거라는 저자의 설명이 재밌다. 이태리 사람들이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과 비슷한 성향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성격이 급하고 다혈질이며 지역색이 강하고 처음에 무뚝뚝하지만 친해지면 속도 다 보여주는 사람들이라는 점, 그리고 술마시고 놀기 좋아한다는 점도 그렇다. 다만 이태리인들이 세계 최강의 제국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으며 서구 전통의 가장 강력한 뿌리중의 하나인 그리스-로마 문명의 주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또 많이 다르기도 할 것이다. 

혼자 망상하는 주제중의 하나가 중국 요리와 이태리 요리중에 하나만 꼽으라면 어떤 요리가 세계 제일의 요리라는 소리를 들을 것인가 라는 것인데, 중국의 오랜 역사와 다양성을 감안하더라도 흥청망청 놀아본 경험이 있는 이태리의 손을 들어주곤 한다. 아니 세상에 얼마나 흥청망청 했으면 먹고 토하는 방식이 로마귀족들의 일상이었을까. 

박찬일은 재능있는 작가다. 다른 곳에서 한번 연재한 책을 다시 내는게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내가 연재한 글들을 다 찾아 읽을 것도 아니라서 간식같은 책으로 계속 읽게 될 것 같다. 




김명호(지음), <중국인 이야기 1>, 한길사, 2014(8쇄)

우리나라로 치면 한국을 40년간 연구하고 경험한 외국인이 쓰는 '대한민국 건국 비사' 혹은 '박정희 시대 일지'같은 책인 셈. 

김명호 교수의 중국 인물 평전인데, 정치가에서 예술가, 군인과 혁명가 그리고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들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국공합작과 중화인민공화국의 창건 그리고 중미 수교에 이르는 내용까지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시대순서는 다소 헷갈리는 부분도 있지만 중국에 대해 알면 알수록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7권까지 출간되어 있는데 우선 2권을 주문했다. 

박찬일(지음), <오늘의 메뉴는 제철 음식입니다>, 달, 2019

"그러므로 남한에서 '히수무레'한 메밀 중심 면을 쓰는 냉면집은 오히려 당대 북한 냉면보다 더 원형을 잘 지키고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음식은 정치경제, 사회적 조건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다. 설렁탕에 국수가 들어간 것을 우리는 정통으로 보지만, 실은 박정희 정권 당시 쌀 소비를 줄이고 값싼 수입 밀가루를 많이 활용하려는 행정명령에 의한 것이었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신문에 연재한 글을 다시 엮은 책인데, '방어' 편을 살펴보니 책에 맞게 내용을 일부 수정했다. 다른 책을 살까 말까 고민했는데 참고가 될 것 같다. 

해공스님외(지음), <청암사 승가대학 비구니 스님들의 좌충우돌 수행이야기>, 민족사, 2019

8남매 중, 아들 하나 딸 셋을 부처님 제자로 내 주신 어머니는 내가 출가하던 날, "사람으로 태어나 가장 존귀한 일은 도 닦고 사는 것이다. 한 생 안 났다 생각하고 열심히 공부하라"며 용기를 주셨다.

- 1996년, 12호, 해공

김광현(지음), <판판판>, 책밥상, 2019

20년간 음악 서적과 잡지 <재즈피플> 편집장을 하고 있는 김광현의 책. 30장의 앨범에 자신의 경험을 녹여 만든 이야기를 들려준다. 매끄럽고 위트있는 글솜씨와 해박한 지식 그리고 오랜 세월동안 음악을 직업으로 삼으면서 살아온 경험이 섞이니 귀에 착착 걸린다. 

테리 핀카드(지음), 전대호,태경섭(옮김), <헤겔>, 길, 2015

-근대성
"우리 근대인은 지금도 여전히 자유의 찬미와 시장 경제가 우리의 삶에서 가지는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헤겔은 근대성 자체를 사유의 대상으로 삼은 최초의 위대한 철학자라고 일컬어진다. 이는 정당한 평가이다."(11쪽)

-교양 Bildung
"헤겔은 새롭게 독일의 이상으로 등장하는 개념인 교양 Bildung에 완전히 동화된 것으로 보인다."(34쪽)

-자기확신
"개인적으로 심한 곤궁을 겪었고, 깊은 우울감에 빠져 있던 시기에 헤겔이 그 거대한 기획을 완성했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159쪽)

** 옮긴이의 말
"예비 과정이 원리적으로 불가능한 헤겔 철학 공부에서, 유일하게 가능한 일종의 예비 과정은 이 책을 통해 헤겔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것이 내가 당신에게 이 평전을 권하는 이유다." 

송성문(지음), <성문종합영어>, 성문출판사, 2015

아침 공부 루틴으로 시작했던 <성문종합영어>, 4장부터는 단문독해만 봤다. 

내 세대라면 고등학교때 누구나 한번은 봤을 책인데, 나는 어쩌다보니 '기본영어'를 본 후 '맨투맨 종합영어'라는 책을 봤다. 생각나서 검색해보니 '장재진'이라는 저자가 쓴 책이었는데, 90년대 중반에 작고하셨다고.. 아무튼 맨투맨을 두번 본 이후로는 고등학교 영어에서는 새로 배울게 그다지 없었던 기억이 나는 걸로 봐서 좋은 책이었던 것 같다. 

성문종합영어 단문독해는 영어번역 기초 교재로 선생님이 추천하셔서 읽게 됐는데, 고등학교 수준보다 어려운 단어들도 종종 나오고 다양한 예문들이 있어서 괜히 인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강유원(지음), <숨은 신을 찾아서;신념 체계와 삶의 방식에 관한 성찰>, 라티오, 2016

"나는 무엇에 의거하여 살고 있는가. 내 삶의 근거는 무엇인가. 거창하게 물을 것 없이 내 삶에서 내가 훼손하고 싶지 않은 원칙이 있는가."(숨은 신을 찾아서, 33)

"신이 세계를 창조하였다는 것은 신이 세계에 의미를 부여하였다는 것이다. 신이 세계에 부여한 의미는 '좋음'이다. "이렇게 만드신 모든 것을 하느님께서 보시니 참 좋았다"(창세기, 1:31). 존재의 진상은 있음과 없음을 오가는 것이라 해도 그 과정 자체에 '좋음'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기독교이다. 신이 세계를 창조하였다는 것은 신이 세계에 '좋음'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두려움에 머물러 있지 않고, 세계를 두려워하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고, 두려운 나머지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 하지 말고, 두려움의 끝에서 사악함을 뿜어내지 말고, 두려움을 받아들이고, 인간의 유한함을 인정하고, 언젠가는 무로 되돌아갈 것을 용인하면서, 세계는 신이 좋음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곳임을 고백하면 되는 것이다. 이것이 기독교도의 태도이다. 우리의 마음속의 두려움을 신이 부여한 '좋음'으로써 이겨내는 것이다. 좋음을 주는 신을 찾아서 믿음으로써, 그러한 신을 향함으로써, 그러하니 신과 함께 하지 않는 인간은 비참하고 신과 함께 하는 인간은 행복하다."신만이 인간의 진정한 행복이다"(팡세, 181), (숨은 신을 찾아서, 36)

윤성근(지음), <작은 책방 꾸리는 법>, 유유, 2019

"이 작은 책을 용기 있게 펼쳐 들었다면 당신은 분명 책을 어지간히 좋아하는 사람일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모습은 여러 가지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 책 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책을 쌓아 놓고 감상하는 걸 즐기는 사람, 책으로 쌓아 올린 높다란 벽에 도전하고자 하는 사람. 그런가 하면 책이라는 것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과정을 거쳐 독자에게 전해지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도 있고, 우리 주변의 수많은 책방들이 각각 어떻게 살림을 꾸려 나가는지 알고 싶어 하는 이들도 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호기심을 조금이나마 해결해 주고픈 마음으로 썼다." (들어가는 글, 11쪽)

동네 책방들이 사라지게 된 원인은 인터넷 서점 때문이 분명한 것 같다. 우리 동네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모두 밀집해 있지만 학교 앞에 하나씩은 있던 학습서를 팔던 서점이 아예 생겨본 적도 없다. 2017년 문체부 발표에 따르면 성인의 1년 평균 도서 구매량이 4권 남짓이며, 주위를 둘러보면 1년 내내 한권의 책도 읽지 않는 사람도 많다. 게다가 앞으로 구독형 전자책 서비스가 계속 생겨나면서 종이책을 판매하는 서점이 살아남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 될 것 같다. 

저자는 이런 상황에서도 작은 헌책방을 10년 넘게 운영하고 있으니 생존 자체가 힘든 서점 운영에 필요한 조언을 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의 조언은 몇가지로 분류할 수 있겠지만 요약하자면, '(책을 잘아는 주인이) 컨셉을 정하고 지역 사회의 단골 고객들과 장기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생존이 가능하다'인 것 같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책이 아니라 음식이나 옷으로 주제를 바꾸어도 같은 주장인 셈이니, 뭔가 특별한 것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는 주장일 수도 있겠다. 물론 책이 갖고 있는 소위 '문화적 속성'을 감안하면 일반적인 음식점을 하는 것과는 다를 수 있음은 감안해야겠지만, 그게 정말로 본질적인 차이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무엇보다 궁금한 것은 저자의 말처럼 책을 소재로 한 이런저런 '독서모임'들이 서점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한 일이겠지만, 이것이 정말로 독서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나는 종이책을 사서 내 방에서 책을 읽고 그저 몇가지를 독서카드나 이 블로그에 기록한다. 다른 이들과 같은 책을 읽는 경우는 수업시간에 사용되는 교제에 한정되며, 그 교제는 선생님이 필요한 설명을 해주시는데, 여기서 선생님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요약하자면 '선생님 없는 독서모임이 유효할 수 있겠나'이며, 조금 더 들어가면 '누가 선생님이 될 수 있겠는가'일 수도 있겠다. 

책은 물성이 있는 제품이니 책 표지나 속을 만지만서 느끼는 만족감이 분명히 있다. 그렇다면 오프라인의 책방이 주는 효용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교보문고 처럼 대형 서점에서 책을 만지면서 고르는 즐거움도 있을 것이고, 작은 서점이 주는 만족감도 분명히 있긴 할 것이다. 다만 그 '만족감'이 인터넷 책구매가 주는 편리함을 넘을 만큼 클 것인가 하는 점이 궁금하다. 저자의 경우 '헌책방'을 운영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서점과 조금은 다른 상황일 것이라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겠다. 

강유원(지음), <서양문명의기반>, 미토, 2003

책의 서문에 이 책이 나오게 된 배경이 간략히 기술되어 있다. 

"앞서 역사에 관한 헤겔과 마르크스의 이론들을 간략하게 이야기했지만, 사실 이 강의를 시도한 것은 그들의 이론을 강의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일종의 불만에서였다. 과거에 철학과 전공과목 중에서 '역사철학'을 강의했었는데, 그 강의는 역사에 관한 철학자들의 이론을 소개하는 것으로 채워졌었다. 그런데 헤겔의 <역사철학강의>를 들여다보아도 알 수 있듯이, 그들은 역사에 대한 철학적 이론이 아닌 역사 자체를 소재로 삼아 역사철학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뒤로 틈틈이 역사 책들을 읽어오면서, 기회가 되면 헤겔과 마르크스의 관점을 기본으로 하여 서양의 역사를 정리해보려 했었고, 마침 2003년 봄 학기의 교양 강의시간에 그렇게 할 수 있었다. 이 강의노트는 내가 강의 시간 중에 떠들었던 것을 학생들이 정리하고, 다시 또 몇 명의 학생들이 재정리한 것이다. 강의노트를 묶어서 책으로 내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그런데 그것은 강사의 노고의 산물이라고 할 수 없다. 강의는 강사와 학생들 사이의 의사소통의 산물이고, 그 과정이 없으면 강의 자체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의를 묶은 이 책 역시 강사인 나와 다른 학생들, 구체적으로 네 명의 학생들과 나의 공동 저작이라 해야 옳을 것이다... 이러한 취약점들을 가진 이 책은 시도 자체를 제외하면 평가할 만한 점이 없을 것이다."



강유원(지음), <문학고전강의>, 라티오, 2017

2017년이후 두번째 독서. 선생님의 약력을 정리해봤다. 

1980년(18세), 입학
1993년(31세), 철학박사학위 취득
1998년(36세), 대학에서 퇴직
2004년(42세), 회사원으로 <책과세계> 출간
2005년(43세), 회사에서 퇴직
2009년(47세), '고전10권읽기' 40주 강의
2010년(48세), <인문고전강의> 출간
2012년(50세), <역사고전강의> 출간
2016년(54세), <철학고전강의> 출간
2017년(55세), <문학고전강의> 출간

본문에 언급되어 있듯이 '문학은 자신이 겪은 일을 반성적으로 회고하여 불멸을 목적으로 매체에 기록한 것'을 가리킨다. <문학고전강의> 역시 '자신이 공부한 것을 반성적으로 회고하여 불멸을 목적으로 매체에 기록한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강유원(지음), <몸으로 하는 공부>, 여름언덕, 2005

선생님의 이 책을 처음 읽은 것이 2008년 10월 18일이었으니 11년 지났다. 독후감을 다시 찾아 읽어보니 이런 구절이 있었다. 

5. 인문학 그 중에서도 철학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견해, 철학자이면서 경제적 토대의 분석에 기초한 분석 방법에 대한 소개, 글 쓰는 연습에 대한 중요성,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의 차이 등 짧지만 의미있는 글들이 많이 있다. 특히 나도 이거저거 복잡한 거 다 집어치우고 다시 인문학을 공부해볼까 하는 (심지어 그런 상상하면서 멍하니 십분쯤 있게 만드는..) '상상의 여지'를 준다는 점에서도 좋은 책임이 틀림없다. 

'이거저거 복잡한 거 다 집어치우'지는 못했고 그저 틈틈이 선생님 강의를 직접 가거나 여의치 않으면 녹음파일을 통해서라도 들었으니 이 책의 영향이 적다고 하지는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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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0주 인문고전강의
2010년 08주 읽기와 쓰기 
2011년 40주 역사고전강의
2012년 40주 서양철학사
2013년 16주 사상사적 전환기의 고전읽기
2014년 40주 철학고전강의
2015년 36주 실천학(1) 정치사상사, 40주 문학고전강의
2016년 36주 실천학(2) 고대 폴리스와 공화정의 세계, 36주 중국사상사(1), 8주 숨은신을 찾아서 
2017년 36주 실천학(3) 중세 제국에서 주권국가까지, 36주 중국사상사(2), 8주 에로스를 찾아서
2018년 36주 실천학(4) 국민국가와 국민제국 시대, 36주 일본근현대사, 8주 변증법을 찾아서, 8주 서양철학과 신학 

10년간 18과목, 508주, 1,016시간 

조지 오웰(지음), 이종인(옮김), <1984>, 연암서가, 2019

- 소설의 주인공이 윈스터으로 보지 말고 '빅브라더'라 놓으면 해당 캐릭터의 특징이 잘 드러남 (작품해설)

- 전체주의에 대한 경고
"자네가 평범한 인간의 감정을 품는 일은 다시는 없을 거야. 자네 안의 모든 건 죽게 될 거야. 사랑하고, 우정을 쌓고, 살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웃고, 호기심을 갖고, 용기를 내고, 성실한 못브을 보이는 건 앞으로 절대 불가능할 것이네. 자네는 텅 비게 될 거야. 우리는 자네를 쥐어짜 텅 비게 만들고, 자네 안에다 우리 자신, 그러니까 당의 사상을 가득 채워 넣을 거야."(3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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